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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Feb 22. 2020

눌변

나루시선, 4

눌변

                                    서나루



비스듬히 말하는 방법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나요?

진실은 서 있고, 곧게 서 있고

어디에나 누워 있고, 내 마음 속에도 죽음처럼 명백하게

이제 내 성별을 바꾸거나 아빠를 바꿀 수 있는

기회처럼 반듯하게 서 있습니다. 뉴스 앵커가 알려주죠

"보이시죠? 큰일났습니다."


이걸 다 피해서 말할 수 있나요? 예쁜 마음을 가지면

압력은 면적 분의 무게, 타고난 가시를 촘촘히 박으면

선인장 같은 내 마음으로 침대도 만들 수 있어요

진실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진실을 마주하지도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대는 것처럼, 정규직도 실업도 아닌 것처럼

웃음을 섞어서 뉘어 주는 진담의 머리처럼

야한 얘기를 하다가 눈 딱 감고 섞어놓는 진심처럼


밀집서고처럼 틈없이 서 있거나 아니면 박살난 안방에 

겹겹이 쏟아진 비참의 비늘 위에서

끼이지도 미끄러지지도 않고 말할 수 있나요 


가로와

세로에 갇힌 천에 둥근 만다라 자수를 놓듯, 네모난 픽셀들을 모아서

성냥처럼 가는 시옷 자를 기울게 얹어 사랑이라고 쓰듯

부적응해요, 당신은 똑바로 말하지 못해요. 이건 절망이라고

아니면 살아남은 자의 냉소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죽은 친구 얘기를 하면서 자꾸 웃는 당신

거짓말처럼 번진 가슴의 멍에 귀를 그리면 멍멍 강아지가

되어요, 다 죽어서 돌아왔지만 우리는 자꾸 웃다가

건빵 속의 별사탕 만큼은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요


거짓말처럼 엎어진 기회들과 우리가 했던 더 거짓말같은 일들 사이에서

유리처럼 밟히는 진실과 탑처럼 굳건한 사실 사이에서 
예쁘게 대각선으로 말하는 당신

대각선은 수평과 수직을 건너다녀요









(2018.11.10)

Photo by Joao Ferreira Gom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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