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루 Jun 16. 2021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나의 후회

101훈(訓) - 내가 나를 일깨워 온 101가지 문장(言)의 흐름(川)

1.    어느 날 아침 나는 내가 망쳐놓은 나의 선택들 위에서 눈을 떴다


2.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신이 흐트러져 있었고 그동안 하려던 것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3.    내가 탓할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적당히 건강하고 괜찮은 환경에서 살아왔다


4.    내가 탓할 대상은 나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5.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6.    이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대한 컨트롤의 문제이다


7.    이것은 나와 나 사이의 관계에 관한 불만이다


8.    어떤 이론은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내 탓이 아니라거나 스스로를 컨트롤한다는 생각 자체를 문제 삼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9.    내 책임이 아닌 이유를 오랫동안 검토해 보았고 내 책임이 아닌 것을 제하여 보았는데


10. 나는 쓸데없이 예민하고 영향받는 자극이 많으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무계획적이었다


11. 내가 예민하게 태어난 기질과 세상의 부당하게 자극적인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무책임이 남았다


12. 사실 나는 그다지 예민하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세상이 나를 전쟁포로로 끌고 가지도 않았다


13. 나는 스스로 자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도록 자극에 마구 노출시키며 살았고 스스로를 포로처럼 학대했다


14. 스스로에게 너그럽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사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게 이렇게 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15. 이 순간을 잡고 인생을 즐기며 많은 곳을 여행하고 언제나 음미하라고는 했지만 하찮은 쾌락을 반복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16. 나는 하찮은 것 때문에 위대한 것을 불태우고 살았다


17. 위대한 것을 불태울 때 나는 하찮거나 위대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이라며 합리화했다


18. 그럼에도 위대한 것은 존재했다


19. 하찮은 것이 존재했듯이.


20. 그리고 나는 하찮은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 분명하다


21. 이것은 내가 나를 용서하며 이해해줘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사리분별의 문제다


22. '판단 중지', '수용', '집착 내려놓기', '카르페 디엠', '방하착', '내 인생 내 것'과 같은 위대한 명상 용어들을 나는 놀고먹고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일어나는 인생을 정당화하는 데 썼다


23. 좋은 것을 택할 때는 집착을 내려놓았지만 나쁜 것에는 집착하기를 선택했다


24. 나는 멈출 때 멈추지 않았고 해야 할 때 미련을 끌어안고 서성거렸다


25. 나는 선택하고 살았다


26. 나는 하찮은 것들을 선택하며 살았다


27. 위대함과 하찮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기회는 매일 만들어진다


28.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29. 누구를 탓할 것인가?


30. 나 이외에는 탓할 사람이 없다.


31.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는가?


32. 누가 그것을 못 하게 만들었는가?


33. 누가 나를 가로막았는가?


34. 누가 내 계획을 질질 끌고 방해하고 못하게 했는가?


35. 나 자신이다.


36. 정말 나 자신인가?


37. 나의 타고난 기질과 유전자와 유년기와 부모와 친척과 교사와 나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와 극악한 인연들을 모두 탐색해 보라


38. 나 이외에는 탓할 사람이 없다


39. 나의 은인과 은사와 스승과 친구와 집안 어른과 가르침과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들과 감사한 일들과 내가 입은 은혜와 복과 행운을 모두 탐색해 보라


40. 나 이외에는 탓할 사람이 없다


41. 구조주의적인 접근과 체계적 접근과 생태학적 접근과 사회과학적 접근을 모두 탐색해 보라.


42. 나 이외에는 탓할 사람이 없다


43. 내가 잘 살겠다고 한 다짐과 약속들의 무게를 돌이켜보라


44. 내가 확실히 나를 어겼다. 내가 나를 저버렸다


45. 자학하거나 자신을 우울증처럼 대접하지 않고도 이것은 내 탓이다


46. 모든 우울증은 자신을 탓하지만 자신을 탓하는 모든 것이 다 우울증은 아니다


47. 이것이 정신병리 혹은 불합리한 자학이나 강박인지 따져보았으나


48. 그냥 내 탓이다


49. 인생에는 나와 세상의 문제, 나와 운의 문제, 나와 타인의 문제, 나와 사회구조의 문제가 존재한다


50. 이것은 나와 나의 문제다


51. 이것은 나의 과제접근기술(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잘못된 선택을 내린 탓이기도 하다


52. 나는 과제접근기술을 개선하고 이 순간부터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


53. 이것이 타인이 주입한 이데올로기나 강박인지 성찰해 보았으나


54. 아무리 봐도 그냥 나의 욕구이다


55. 자기계발서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나를 지배하는 것인지 성찰해 보았으나


56. 그것들이야말로 내가 스스로를 개선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을 모욕하는 것이었다


57. 그것들은 모든 것을 경제적인 쓸모와 타인에 대한 지배력과 연결시켰다


58. 하지만 나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과 스스로에 대한 지배력을 원한다


59. 자신을 개발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이


60. 다 신자유주의나 성찰 없는 근대주의나 생산성 맹종이나 성장숭배의 결과는 아니고


61. 다 권력 추구나 통제광이나 나르시시즘의 결과인 것도 아니다


62. 오히려 그 모든 것의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것이다.


63. 권력자나 지배를 원하는 자나 거시권력이나 미시권력만 나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64. 나도 나를 지배하려고 한다


65. 꼭두각시로 사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66. 꼭두각시로 살지 않는 방법은 내가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67. 지금부터 나는 나를 지배할 것이다


68. 과제접근기술을 개선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할 것이다


69. 내가 자연스레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것이 아님을 알았으므로


70. 나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도 나 자신을 개선할 수 있음을 알았으므로


71. 나를 망쳐버릴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지만


72. 내가 바람직한 삶을 살도록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임을 알았으므로


73. 지금까지 나는 일 년에 절반은 후회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 후회 원인을 자초하며 살았으므로


74.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므로


75. 나는 단지 원하는 것을 넘어서


76. 순간순간 가장 옳은 선택을 하기로 했다


77.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는 정당하든 부당하든 내 탓이 있고


78. 정치적 · 도덕적으로 책임이 없어도 물리적 · 인과적으로 내 탓이 있고


79. 나는 나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을 완벽하게 청산함으로써


80. 자책 없이 내 책임을 다 털어버리고 인생을 살려고 한다


81. 하나하나 책임지는 삶이 피곤하므로


82. 모든 결과를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잊어버리기 위하여


83. 모든 결과에 남 탓을 하기 위하여


84. 내 탓을 다 책임지려고 한다


85. 나는 내가 그동안 써 왔던 후회와 반성의 기록들을 굳이 들춰보지 않는다


86. 이미 그것은 두 번 낭비된 시간


87. 그동안 쇄신과 혁신을 다짐하면서 이렇게 엉망으로 살았다는 것은


88. 굳은 결심과 마음다짐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89. 내가 그동안 모든 분야에서 항상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90. 나에게도 자랑스럽고 놀라운 순간은 있었는데


91. 그것은 모두 행동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92. 나의 좋은 행동이 일어난 상황을 돌이켜보면 나는 행동을 직접 통제하고 의지력을 직접 발휘한 적이 없다


93. 나는 행동이 일어나는 장소, 상황, 욕구, 맥락, 분위기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94. 그래서 다짐은 쓸모없었고 버릇만이 나를 지배했으나


95. 내가 그래도 여기까지 온 데는 나의 좋은 버릇들이 작용하기도 했음을 안다


96. 나는 스트레스받고 긴장하고 힘들어서 수명이 짧아지는 것보다는 평온하고 길고 건강한 삶을 원하므로


97. 내가 마음 편하고 굳이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올바른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겠다


98. 평생의 경험 끝에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좀 알아냈으며


99. 지혜롭게 보드게임 말을 움직여


100. 작은 손가락 힘으로 커다란 보드게임 대회의 상금을 획득하듯


101.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곳에 나를 갖다 놓아서 별로 힘도 안 들이고 나를 운전하리











Photo by Brooke Lark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숭배와 심리학 : 예수님 컴퓨터 고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