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 공광규

시의,

by 강물처럼


걸림돌 /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되 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못난 놈이 조금 잘 나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사람다운 것이지 꽃다운 것은 아닐 것이다.

꽃은 꽃이니까 분분이 날리는 그 순간에까지 '꼰닙'하면서 사람을 시리게도 흔들지 않던가.

그래서 저 스스로 시가 되어 빛이 나고 웃음이 나지 않던가.

살아서도 영화요, 죽어서도 그림이 되어 시들 곳 모르는 것이 꽃 아니던가.

사람은 그렇지도 못하다.

훨훨 날아본 일이 살아서는 한 번도 없다.

죽어서라고 어디 가벼울까 싶은 것이 쓸쓸하기만 하다.

거름을 지고 나를 줄만 알았지 그래서 거름이 되는 길만 찾아서 걸었지, 저한테 거름 부어준 꼴을 못 봤다.

그거 좀 뿌려놓는대서 올 것이 안 오고 갈 것이 안 갔을까.

가장 소중한 것들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들을 사람은 혹이라 하고 산다.

강아지라고 부르면 제 숨에 슬쩍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그런 날은 길을 걸어도 바람이 들지 않는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저 죽을 때까지 간난아기다. 가난한 아이말이다.

아빠가 되어서도 가난하고 일만 하다가 다 늙어서는 더 가난하다.

가난 하나만 해도 힘이 겨워서 겨울 한 철 나는 것도 부대끼는데 아직도 한참은 어리고 철도 없다.

철이 없고 보니 서산에 해가 설핏하면 벌써부터 옛날만 꺼내놓고 닦고 닦고 부질없이 밤만 새워놓는다.

저에게 무엇이 그렇게 걸렸던가

그래서 한 번 제대로 떠나본 적 없었던가

자식이었던가, 부모였던가, 아니면 저였던가.

다 살고도 다 못 산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은데 그것이 제대로 목 구녕에 걸려서 쉰 바람소리가 쐐쐐 흐른다.

아무래도 이 바람소리는 저를 떠나는 일 없이 저와 살다가 저와 함께 어디라도 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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