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못된 것들 / 이재무

시의,

by 강물처럼

저 못된 것들 / 이재무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기어이 문제가가 되라 하네



아이가 7살이었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어디쯤이었을 거야

그런 거 있잖아, 참새 혓바닥 같은 찻잎

아마 세상이 그랬던 거 같아

마땅히 하늘이 푸르렀겠지

내가 기어이 실수를 했다니까

'하늘이 참 좋다, 그지?'

뒤에 타고 있던 내 아이가 뭐랬는 줄 알아?

나는 그 말에 비행기까지 타고 말았지

남해의 다도해를 내려다보면서

넌 7살의 기억으로 이걸 가져라, 그랬지

그렇게 제주도 올레길을 걸었던 사흘

나는 멀쩡한 것들로부터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팔아 주었고

그날 우리 아이의 그 못된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떡했을까

아이를 그냥 키웠을 뻔했다

지나다니기만 했지 만져본 적 없는 가로수처럼

그렇게 지나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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