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불편과 고독 / 박노해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살며시 세상을 빠져나와
홀로 외로움을 껴안아라
얼마나 깊숙이 껴안는가에 따라
네 삶의 깊이가 결정되리니
불편함이 찾아올 때면
살며시 익숙함을 빠져나와
그저 불편함을 껴안아라
불편함과 친숙해지는 만큼
네 삶의 자유가 결정되리니
불편과 고독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것
불편과 고독의 날개 없이는
삶은 저 푸른 하늘을 날 수 없으니
굽이도는 불편함 속에 강물은 새롭고
우뚝 선 고독 속에 하얀 산정은 빛난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가장 즐겨 들었던 노래입니다.
북아일랜드 전통 가락의 대니 보이가 흘러나온다.
* 그리고 내 위를 밟는 너의 소리가 작으나마 들리겠지, and all my grave will warmer, sweeter be.
남편은 살아서도 죽는 꿈을 예쁘게 가꾸던 정원사였던 게야. 아마도
언제 적어놓았는지 색이 바랜 수첩에 나는 네 이름 대신에 라디오의 사연을 흘겨놓았다.
그날 장미꽃을 사 갈까 모처럼 국화를 안길까 꽃집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따라 부른 노래에는
*그러나 네가 오고 그리고 꽃이 모두 시들어 갈 때, If I am dead, as dead I well may be.
사방 세계에서 들려오던 복음 같은 노래가 환하게 춤을 추었다면 믿을까
천 년이 신들의 약속 시간이라면 십 년은 아직 우리를 닮은 시간이다, 네가 보고 싶은 시간.
없으면 없는 대로 먹고 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을 착한 사람들끼리는 아무 걱정도 없어서 그것도 모르면서 산다
너 없으면 무척 불편해서 나 없이는 고독이 온갖 행패를 다 부릴 것인데
어디를 가야 세상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모든 선생님
남편이 살아있을 때 가장 즐겨 들었던 노래는 대니 보이였을까요. 그랬을까요.
불편하게 나를 울리는 라디오, 그리고 저녁이 깊어가는 저 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