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비의 무게 / 이현승
분리수거된 쓰레기들 위로
비가 내린다
끼리끼리 또 함께
비를 맞고 있다
같은 시간
옥수동엔 비가 오고
압구정도엔 바람만 불듯이
똑같이 비를 맞아도
폐지들만 무거워진다
같은 일을 당해도
어쩐지 더 착잡한 축이 있다는 듯이
처마 끝의 물줄기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리는 빗속에서
더 이상 젖지 않는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
'같은 일을 당해도 어쩐지 더 착잡한 축'
서른 살에 상처喪妻를 한 사내에게 그거는 할 소리가 아니지
너는 결코 같은 일을 당하지 못하고 살 것이니까
같은 일은 더 이상, 두 번 다시는 없을 테고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너는 같은 너냐고 내가 묻는다면
어제의 너는 오늘의 너에게 나는 같다고 말할 것 같으냐
설령 스물에 상처를 했어도 그는 서른 먹은 홀아비를 알 수가 없다
지천명을 넘고 이순이 되었어도 불쌍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던데
짝을 잃는다는 것은 아무리 웃어보려 해도 서러운 것이 솟아나는 거
그 서러움을 배운 사람들은 차라리 빗속에서 운다.
비를 맞으면서 비에 젖으면서 비의 무게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운다
그렇게 다 울어야 그때서야 비가 그칠까
아니, 어쩌면 그 비는 그치지도 않고 영영 따라다닐지도 몰라
한번 무게 지어진 것들은 돌아가도 돌아오지 않은 영혼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