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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ul 18. 2024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달이 밝습니다

2021.05 28

달이 밝습니다.

비가 올 거라던 예보가 있었는데 새벽하늘에는 달 하나가 발그레합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영어 교사였던 시절에 I love you를 사랑한다고 번역하던 학생에게 일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오늘 밤은 달이 참 밝네요.'라고 가르쳤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그 스토리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찍 자리에 눕다 보니 달빛이나 별빛을 본 지가 어렴풋하니 먼 기억입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내주는 이치는 하늘이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쓸쓸함마저 마른걸레로 훔치고 나면 그 뒤에 무엇이 남을까요. 모처럼 그동안 못 봤던 달을 오래 감상합니다. 달이 밝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사방은 고요합니다.


I love you, 이만큼 솔깃한 말도 없습니다.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사람이 삶에게도 건네고 싶었던 말, I love you 아닌가 싶습니다.


​´달이 참 밝다. ´


그 대목이 좋았습니다. 우리도 I love you 하나 가진 듯했습니다. 고애신을 기억하십니까? 그 이름이 흐릿하면 유진 초이는 어떻습니까.

달도 뜨지 않은 조선은 어두웠습니다. 바람 앞에 등불 같았습니다. 그런 시대에도 인연은 있고 마음은 달떠서 서로를 알아봅니다.

"어느 쪽으로 가시오?"


"그건 왜 묻소?"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사방에는 낭인이고, 우린 서로 뭔가 들킨 듯하니."


이만큼 움찔하게 만드는 말도 없습니다. 삶이 사람에게 잊지 말고 꼭 쥐고 있으라며 일러주는 한마디는 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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