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실컷 미도리, 녹음 綠陰을 주입시켰다. 혈관에 푸른 피가 돌았다. 나는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거기 앉아서 이름이 흩어지는 것을 기다렸던가.
나도 맥주를 사고 초콜릿을 사 들고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도쿄를 떠올릴 때마다 비가 올 듯한 하늘이 머리 위에 걸린다.
그 방은 허물어지고 없어졌을 것이다. 4 조반짜리 다다미방에서 나는 숨어 지냈다.
허름한 이층짜리, 복도를 따라 방이 4개 있었던 고바야시 할아버지 소유의 별채.
비 그리고 풀.
비가 내리면 일이 잘됐다.
야키니꾸 가게가 붐볐다. 빗물에 젖은 손님들이 아는 척을 해왔다. 그들의 우산을 가방을 주문을 받았다.
나는 비 먹은 풀처럼 찬란했다.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불빛 아래에서 나마비루 잇뽕 - 생맥주 한 병- 을 부르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신주쿠에서 내렸다. 거기는 풀밭이다.
도시의 소음이 등 뒤로 날아오르면 귀여운 구석이 있다. 삐뽀삐뽀 경광등 소리도 한가로워진다. 여름에도 거기에 있었다.
누군가 영화를 만들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나는 이러다가 가을, 겨울쯤에는 어떻게 될까 싶었다.
소년은 구두를 만드는 꿈을 꾼다.
다시 태어나면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 순간 구두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두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저 발이다. 저 자세다. 내 평생 가져본 적 없는 무지개 같은 표현이다. 구두를 한 번만 만들고 싶어졌다. 날개옷처럼 만들고 싶어졌다. 아마 나도 거기 앉았을 것이다. 일본식 정원이 내 단골이었으니까. 벚꽃이 피었던가, 벚나무 잎에 물이 들었던가. 이파리마다 사연을 담아도 좋겠다. 거기 한 글자씩만 다 써놓아도 긴 고백이 되겠구나. 아, 나무여. 나무 같았던 여자여.
15살의 다카오와 27살의 유키노.
구두 그리고 고전 문학, 비가 오는 날 그리고 교엔.
유키노가 했던 말이 그대로 잘 들렸다.
고고로노요리도고로오우시낫테시맛타.
心のよりどころを失ってしまった。
나도 그랬다.
나도 만엽 萬葉에 그려볼 것이다.
1년 동안 거기에서 살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다 들었다. 새소리, 빗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휘파람 소리, 진공까지. 그래도 사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