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간 / 나희덕

시의,

by 강물처럼


5분간 /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 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 박이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가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젊어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 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버린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거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나는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가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백거이는 어디에서 꽃으로 죽었을까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라면을 먹지 않는다.

라면을 끓이는 데 5분, 먹는 데 5분, 물 내리는 것까지 5분

그리고 창자가 출렁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5분간 내가 먹은 두 젓가락을 토해낸다.

반짝이는,

시어 詩魚들이 풍덩풍덩.


여자가 보내온 시는 하늘거렸다.

꽃그늘에서 그 여자도 그렇게 늙어갈 것만 같아서

하마터면 사랑, 이라고 꺼내려다가 백거이에게 묻는다.

주문처럼 반복해서 소리를 냈다.

꽃은 꽃이 아니오, 꽃은 꽃이 아니오,

花非花, 花非花

여자는 기다림 하나로 깜박 이 생을 다 지나버릴 심산인가

겨우 5분 먹고서 수면에 튀어 오르는 물고기 비늘 같은 통증,

반짝였을,

꽃그늘에서 나오지 말고 5분 더 살아라.

버스가 멈추어도 나는 내리지 않고

꽃잎이 한 무더기로 또 지더라도 꽃은 꽃이 아닌 것을.


나는 훌쩍 白居易가 된다.

라면을 먹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저녁을 위하여 / 나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