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 함민복

시의,

by 강물처럼

닻 / 함민복


파도가 없는 날

배는 닻의 존재를 잊기도 하지만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


상처의 힘

상처의 사랑


물 위에서 사는

뱃사람의 닻


저 작은 마을

저 작은 집




그런 사람

다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나는 나는,

속에 것을 다 꺼내어 본다

뒤집어서 털어도 본다


함민복 시인은 좋아 보인다.

그의 시는 건강해 보인다.

삶이 건강한 사람은 고독마저도 혈색이 좋다.

그는 참 좋은 시력도 가졌다.

'저 작은 집'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어떤 사람은 마주 앉으면 옹달샘보다 작은 샘이 생겨난다.

적적하지 않게, 마르지 않게 이쪽과 저쪽으로 흐른다.

그렇게 촉촉한 사람이 있다.

내 작은 무의식에 '딩동' 차임을 넣어주는 사람이 있다.

앞에, 언제 담았는지 다 잊어버린 된장, 고추장을 벌려놓고,

헤실헤실 옛날이야기 한 소끔 녹여내게 하는 그가 있다.

나도 젊을 때 시 좀 썼었는데, 거 참 반갑네... 요.

그래도 그 말은 꾹 감춘다.


'이렇게 만나다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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