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미사에서
장례 미사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날이 밝으면 또 하나의 다른 장례 미사가 있습니다.
유가족들을 넌지시 건너보았습니다.
아들도 있고 딸도, 부인도 거기 앉아있었습니다.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되어 미사에 참석하고 화장터로 떠납니다.
말없이 누워서 모여 있는 사람들의 기도를 덮습니다.
가운데 앉은 한 젊은이의 어깨가 유난히 흔들렸습니다.
몇 살쯤 됐을까.
흔들리는 내 시선이 들킬까 봐 다른 곳을 바라봤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일,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슬픈 일이었습니다.
육친을 떠나보내고, 친구를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나도 떠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나보다 앞서서 옵니다.
밤이 찾아오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어둠 속에서 아침이 몸을 일으키듯 내 영혼이 나에게서 떠날 것입니다.
다만 그때,
나는 울고 싶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울음을 넘어서는 표정을 갖고 싶습니다.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그런 표정을 소원합니다.
내가 물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마음이었으면 좋겠냐고.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게 허락된 것을 소망합니다.
´이거면 됐다. ´
그 마음 하나를 그려가는 일을 허락받고 싶습니다.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루카 21, 34
모든 일은 ´갑자기´입니다.
우리의 탄생마저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마지막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래서 놀라기도 하겠지만 그런 까닭에 또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바람을 바라볼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은 내가 살펴 가면서 그날이 오더라도 그림을 그리다가 붓을 놓고 싶은 것입니다.
강의를 하다가 쓰러지고 싶다던 선생님처럼, 참선한 채로 해탈에 드는 스님처럼 말입니다.
11월이 다 지나갔습니다.
오늘, 내일은 적적한 것들에게 소소한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