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남쪽 하늘에 먹구름이 짙어졌습니다.
오늘 하루 여기는 많이 더웠습니다.
처음으로 사장님께 안부 편지를 씁니다.
너무 늦어버린 이 편지가 저도 무안해하며 잘 써지지 않습니다.
뻔뻔한 것만 같아서 바람이라도 맞을까 하고 한참 창을 열어뒀습니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던 7월 7일이었는데 늦게라도 비가 내리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장님이 건강하실 줄만 알았습니다.
맨 처음 사장님을 뵙던 날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정정하신 모습에 환자라는 이름표만 없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모습이셨습니다.
나는 누워있었고 사장님은 걸어서 병실에 들어오셨습니다.
내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사장님 음성은 깊고 잔잔했습니다.
그 멋진 모습을 지난 3년 가까운 세월 보여주셨습니다.
의지가 되는 사나이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건방진 녀석이라며 한 마디 혼내신다면 달게 받고 싶습니다.
마음이 많이 보이셨던 분이셨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높여 부르는 그 목소리가 그리울 것 같아 서러운 생각이 듭니다.
존중받는 느낌을 항상 건네주셨던 사장님을 속으로 좋아했다고 이제야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허무한 마음뿐입니다.
누구의 죽음이든 슬프지 않은 적이 없었고 준비 없이 떠나가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놀라움이 컸습니다.
멀쩡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쓰러지게 되면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때에도 사장님은 사람들을 격려하였고 위로하셨습니다.
찬찬하게 바라보며 살아가실 줄 알았습니다.
삶과 죽음이 그야말로 내 손에 얹혀있는 기분입니다.
갈 데 없이 내게 얹혀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나에게 머물러 있는 기분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저 감사'라고 써내려 가는 긴 노래 같습니다.
사장님,
또 하나 많이 고마웠던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장님과 주고받았던 아침 기도는 훌륭했습니다.
이심전심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보내주신 이야기들을 사장님 생각날 때에 하나씩 펼쳐보기로 하겠습니다.
어느 누구와 그처럼 나눌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나 소중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기억을 제게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물처럼 간직하겠습니다.
가을날, 단풍이 찬연하면
사장님이 생각날 것입니다.
내장의 단풍을 꼭 둘러봐야 한다며 손수 운전을 해주시던 정읍 신사를 잊을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 떠나보내야 하는데 맛있는 집에서 밥 한 끼 같이 못했던 것이 못내 죄송합니다.
보기 좋으셨던 박** 대건 안드레아 사장님.
평안한 안식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많이 고마웠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