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거짓말 같아 19

저와 같이

by 강물처럼



지난 토요일에 병원에 왔습니다.

암 환자들의 약해진 면역상태를 돌봐주고 무엇보다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병원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술 후 치료라든지 항암환자를 위한 전용병원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누워있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기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환자들은 많은 것들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입니다.

감기는 환자의 몸을 자기 집 드나들 듯하고, 운이 나쁘면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온 환자들은 다음 항암을 벌써부터 걱정스러워합니다.

치료를 받을 만한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우울'을 갖고 나이 먹은 사람은 또 나름대로 '걱정'을 보듬고 낫겠다는 소망 하나로 지내는 곳.

여기는 그런 환자들이 모여서 치료를 받는 곳입니다.


암 환자가 많이 생겨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암'이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어느 날 별안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생겨난 것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의 삶까지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도심에 있는 병원은 협소해서 돌아다닐만한 공간이 부족합니다.

보통의 암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상태가 위험해서 그렇지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는 그가 아픈지 어떤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암 환자들은 '운동처방'을 받습니다.

그들은 걷기도 해야 하고 명상도 하면서 마음도 돌봄을 받습니다.

걷기 좋은 곳이 훌륭한 병원인 셈입니다.


집에 있으면 새벽 시간이 글쓰기에 좋지만 병원에 와서는 산책하러 나섭니다.

다른 환자들의 아침잠에 방해되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도 있지만 여기서 아침을 보내는 최상의 방법은 오솔길을 걷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걷다가 색깔도 고운 꽃들을 마주쳤습니다.

패랭이꽃이 있었고, 자주색 붓꽃을 아시는지요?

찔레꽃은 이제 다 지고 흔적만 남았습니다.

참 갓난아기 손가락 같이 아기자기한 꽃마리도 한창이고 닭 벼슬 닮았다는 금계국은 여기 들판을 뒤덮고 있습니다.


자꾸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걸어야 합니다.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이 모든 것들의 해결책입니다.


아침잠이 많은 옆 젊은 환자에게도 내가 아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것이라고 권했습니다.

그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긍정적일 수 있느냐고 묻는데,

나는 긍정적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걷는 것이 좋고 걷는 것을 좋아할 뿐이고,

오늘 아침은 4시 50분부터 아침 숲길을 걸었다고 일러주었습니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걷다가 몸으로 느끼는 평화가 가득 차올라서 두 팔을 벌리고 춤을 추었다고 말해줬습니다.


몸이 알아챕니다.

당신이 머리로 알기 전에 몸은 더 정확하게 느끼고 깨닫고 새깁니다.

몸이 마음을 이끄는 순간은 그런 순간입니다.

그 순간에는 마음도 몸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어깨춤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신비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밝히자면, 몸이 많이 즐거워하면 꽃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저는 인동덩굴의 향기를 무릎 꿇고 앉아서 마치 경배하듯이 코를 갖다 대었습니다.

낮은 자세로, 어떤 것들은 그렇게 다가갔을 때 제 향기를 내어줍니다.

인동덩굴의 향기를 아시는지요?

생각할 수 있는 형용사는 다 꺼내보아도 그 향기를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은 인동덩굴도 눈에 잘 들어오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그대도 저와 같이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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