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거짓말 같아 20

경환아

by 강물처럼



곧 추석이다.

연휴다.

토, 일요일을 끼우면 5일이나 쉰다.

그리고 이틀 후에 다시 토요일이다.

병원 면역센터에 가서 머물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다른 때에는 일이 있어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는데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은 아니라서 명절이지만 나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치료를 받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차분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의미 있다.

그동안 몸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고 마음 상태는 지금 어떠한지를 스스로 물어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집에서는 왜 못하나?라고 물을 수 있지만 집은 일상생활의 본부 같은 곳이다.

집에서 오히려 할 일이 많고 나 혼자 머무는 것이 아니어서 주위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준비할 것이 있는지 면역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경환이에 대해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혹시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분도 나와 똑같은 말을 한다.

카톡도 안 보고 전화 통화도 안 돼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통해 수소문을 해봤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이 핸드폰 너머로 먼저 들려왔다.

내 몸이 무뚝뚝해지고 말이 서서히 멀리 들리는 이 순간이 낯설지 않다.

그 순간은 짧고도 길다.

다른 식으로 숨이 차오른다.

아주 길고 울퉁불퉁하게 넘어갔다가 넘어온다.


'온몸으로 암세포가 퍼졌다고 그래요.'


그를 떠올렸다.

서른아홉, 경환이.

키가 나보다 주먹 하나는 더 있고 덩치도 야무지며 단단한 남자.

웃으면 환하게 보이는 미남자美男子.

나하고 약속을 많이 한 사람이다.

다 나으면, 더 좋아지면, 올 겨울 지나고, 그와의 약속들이 모두 '앞으로'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시간에 같이 만나서 그 시간을 멋지게 쓰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와 보낸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처음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동전 노래방'에서다.

노래를 잘 부르는 그는 혼자서 노래방에 다녀오곤 했었다.

젊은 사람이 밤을 견디지 못하고 밖을 서성이는 것이 서럽게 보여서 동행했던 날이다.


'폐활량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목청껏 노래 부르면.'

감탄하는 나에게 했던 말이 지금 생각하니 자기 몸무림 같은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자기를 달래면서 무겁게 눌러오는 밤을 이겨온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를 동생 삼아서 친구 삼아서 그렇게 지내왔는데 아무런 연락이 안 된다.

불안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것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머니와 살고 있다는 고흥을 다 뒤져볼 수도 없고.

왜 전화번호 하나만 알고 있었을까라는 때늦은 후회가 밀려든다.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별은 더 못하겠는데 내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뻔뻔하지 못하겠는데....


병원 갈 일이 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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