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리´라는 자그마한 영화가 있습니다.
말 못 하는 엄마와 아빠, 남동생을 둔 말 할 줄 아는 4학년 소녀가 보리입니다.
보리는 소리가 사라지는 소원을 빕니다.
다른 식구들처럼 온몸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해석해 주고 설명해 주고 대신 전달해 주는 자신이 외롭게 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보리는 불편과 차별, 그리고 운명 같은 것을 깨닫습니다.
식구들 앞에서 기꺼이 말을 할 줄 모르는 ´식구´가 되었지만 보리의 세상은 답답함으로 차올랐습니다.
´없는 것´을 갖지 못한 슬픔도 있겠구나.
나는 여태 결핍을 부족한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란 것을 결핍이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없는 것´이 채우는 공간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없는 것´이 챙기는 ´있음´을 몰라서 몰라봅니다.
보리는 엄마, 아빠, 동생이 말하지 못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행복해 보였습니다.
보리도 그 속에 들어가 같이 헤엄치고 싶었던 것입니다.
푸른 바닷속 같은 고요한 세상에 머물면서 말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행복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있음´이 놓치고 마는 ´없음´의 미학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없음에서 있음으로 뻗어가는 뿌리들에게 영화 ´나는 보리´가 해주고 싶었던 말.
그 말은 바다를 닮고 하늘을 담아서 참 푸르고 넓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