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어제 처음 ´가을´이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의, 그러니까 꼭 지금 같은 시기를 사이에 놓였다고 해서 ´간절기 間節氣´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하나의 계절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름과 겨울 정반대 되는 기후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계절을 누립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모든 계절을 알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지금같이 여름이 가을로 가던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또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습니다.
새벽바람이 시원합니다.
계절은 그야말로 누릴 줄 아는 사람의 것입니다.
최승자 시인의 ´당분간´이란 시가 어울릴 것 같아 가져와 봤습니다.
당분간 / 최승자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달도 날마다 뜨고 질 것이다.
하늘은 하늘은 이라고 묻는 내 생애도
당분간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저는 이 시를 보면서 ´하늘´이 쉬어가는 시간을 ´당분간 當分間´이라고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시가 좋은 것은 몰랐던 자기의 감각을 회복시켜 주고 깨어주는 데에 있습니다.
나는 그저 잘 살아가는 일에만 급급했었다는 것을 그는 ´흔들리면서도´ 편안하게 보여줍니다.
그러기를 바라겠습니다.
시간을 넓게 펼치면 모두가 잠시 쉬었다 가는 일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잘 쉬어야 다음을 잘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계절을 지나지 않는 인생이 없고 간절기 아닌 계절이 없으며 당분간 아닌 시간은 없는 듯합니다.
삶이 하나로 이어져 오래전부터 먼 훗날에까지 흐를 것을 알겠습니다.
여기에서 저기로, 여름에서 가을로 그렇게 그렇게.
사계절에 또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계절까지.
어쩌면 1년은 삼백예순 가지의 계절이 있고 어떤 삶이든 살아가는 날 만큼이 전부 계절이겠다 싶은 아침입니다.
그대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