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면서

교육의,

by 강물처럼

만 13세에서 19세까지를 영어에서는 십 대라고 해서 teenage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로틴 low teen, 보통 16세 이하를 가리키고 하이틴이란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이틴 high teen은 16살부터가 됩니다.

써놓고 보니 내가 보낸 십 대라는 것이 빈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때에도 그 나름대로 좋았을 테지만 왠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나눌 것이 없다는 것은 그것이 추억이라도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고 맙니다.

산이는 초등학교를 다 마칠 때까지 우리하고 같이 잤습니다.

4학년인가부터 '앞으로 군대도 가야 하니까'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떨어져 자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아직 '애기' 같아서 우리도 그러려니 하면서 지냈던 거 같습니다.

혼자 자는 것이 무섭기도 하지만 여럿이 자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나이가 그때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듣고 잠에 드는 나이는 그야말로 어릴 적 추억입니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마구 만들어 냈던 무허가 이야기꾼이 바로 나였습니다.

누가 내 이야기를 이만큼 열심히 들어줄까 싶을 정도로 산이와 강이는 겨울밤이면 졸라댔습니다.

그 시절이 어느새 다 흘러가고 나는 흰머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산이는 곧 열다섯 살이 됩니다.

어제는 모처럼 산이와 강이를 데리고 같이 잤습니다.

엄마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낯설기도 할 텐데 그리고 불편할 것도 같은데 아이들이 널찍한 곳을 놔두고 옆으로 붙습니다.

이제는 덩치들도 커서 힘으로 밀어내지 못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럽니다.

그러고 보니까 오래전에 그러면서 잤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막 지어내기에 가장 좋은 소재가 ´똥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귀신 이야기´

귀신이 똥 밟은 이야기는 무서우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제가 나름대로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선에는 ´똥´이 있습니다.

똥 이야기 재미있어하면 ´애들´입니다.

잠자려던 산이와 강이가 배꼽 빠지게 웃습니다.

내일모레 15살 되는 중학생이 똥 이야기 듣고 저렇게 웃다니, 어쩐지 희비가 교차합니다.

씩씩하고 힘 있게 자라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새로 나오는 버들잎처럼, 늘 푸른 상록수처럼 푸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엄마는 벌써 잠이 들었는지 조용한데 산이 강이의 웃음소리가 아래층에도 다 들릴 것 같습니다.

웃다가 웃다가 콜록거리기까지 합니다.

아직 내 솜씨가 쓸만한 것도 같습니다.

아이들 위해서 동화라도 한 편 써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는데 그것도 게으른 탓에 못하고 지났습니다.

십 대를 위한 동화도 있고 어른을 위한 동화도 세상에는 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다 같이 동화를 하나 쓰고 있구나.'


오래오래 읽어가는, 읽으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나이를 먹으면서 써가는, 써가면서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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