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나태주

시의,

by 강물처럼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서울 가는 고속 열차를 기다리는 이른 아침 플랫폼에는 부지런하고 건강한 기운으로 붐빈다.


다들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꼿꼿하게 서서 열차가 들어올 쪽으로 향하는 그들의 눈빛은 공연히 바쁘다.


차량 번호를 찾아 미리 그 앞에 줄을 서고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는데도 열차 오는 쪽을 연신 바라보며 재촉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기다리면서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이 거기 같이 서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머리에 모자를 썼고 어쩌면 눈썹이 희미해서 거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얼굴에 검은빛이 돌거나 아니면 아예 하얗다.


말이 없이 발밑만 바라보면서 열차를 기다리거나 어디인지 모를 곳에 시선을 두는 사람들이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초등학생일 수도 있고, 이제 7살 먹은 아이의 엄마일 수도 있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다섯 식구의 가장이고, 경비원이기도 하고 업체 사장님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열차만' 기다리는 사람은 차라리 좋겠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났다고 그러더라도 열차는 결국 올 테니까.


하루쯤 기다린다고 해서 그게 무슨 큰일이겠는가.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다른 것들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른 채 기다리고 있다.


다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잘 아는 나는 기도해야 한다.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잊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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