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교육의,

by 강물처럼

선생님 안녕하세요.


엊그제 강이가 모처럼 학교에 가더니 책을 모두 들고 돌아왔습니다.

어깨에 가방을 하나 메고 두 손에도 짐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이 4학년 마지막 날이었다며 5학년 반 배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푸념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1년을 이런 식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하다가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면 계절이 지나가거나 방학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가는 날짜도 챙기고 온라인 학습을 빼먹지 않도록 관심을 가졌었는데 점차 그 생활에도 익숙해진 듯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괜찮을까 싶었던 불안과 걱정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 함께 버무려졌습니다.

비빔밥의 진짜 맛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찹쌀로 담은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 고사리나 시금치 아니면 애호박, 밥 위에 올려주는 계란 프라이.

재료 하나의 맛이 강하면 그것으로 비빔밥의 맛을 기억하고 말 것입니다.

묘한 맛, 그러니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맛이야말로 비빔밥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묘하다는 말은 절묘하다는 말의 줄임이고 절묘하다는 말 다음에는 '조합'이란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것입니다.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날들도 365일을 이루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학교 가는 날이 얼마나 좋은 줄 알게 되는 역설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에 비로소 고마워할 줄 아는 통찰의 한 해를 지냈습니다.


선생님의 한 해는 어떠셨는지요.

가온초등학교 4학년 3반에서 보냈던 한 해는 어떤 그림으로 남아있을까요.

모두들 코로나라는 주제로 그림 그리기를 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누구는 희생을 보고 누구는 희망을 봤으며 어떤 이는 좌절, 불안, 용기, 의지, 다툼과 협력을 봤을 것입니다.

세월만큼 확실한 처방전이 없다고는 하는데 어린아이들에게 그 약은 너무 쓸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은 강이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셨습니다.

키가 크고 예쁜 선생님 이야기를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잘 들려줬습니다.

반 아이들이 선생님 화나게 했다고 편을 드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학교에 안 계신대.

군산에 장학사로 가신대, 정말 대단하지?

내가 강이에게 물었습니다.

장학사가 뭔지 알아?

아니, 몰라. 모르는데 대단한 거 같아.

강이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장학사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하는 것이니까 대단할 거라는 믿음.

선생님이 하시는 일은 모두 그렇게 커 보일 것입니다.


강이가 4살 때부터 매년 써오고 있는 감사 편지입니다.

죄송하게도 올해는 그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것도 코로나 탓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제가 무심했던 것이 가장 큽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어려운 한 시기를 같이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고 불안할 때 곁을 지켜주었던 우리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훗날 생각할 것입니다.


선생님,

한 해 동안 4학년 3반 강이를 잘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꿈꾸시는 일이 하루하루의 시간 속에서 빛나시길 바라겠습니다.

끝까지 코로나는 조심하시고요.



그럼.


2021년 2월 7일 강이 아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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