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먼저 일어나 새벽을 응시하는 일은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합니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정지된 사물로 움직이는 나를 포착하는 일은 밥을 버는 일처럼 숭고할 때가 있습니다.
새벽은 고요하고 차가우며 맑고 건전합니다.
갈등은 맨 아래에 스스로 자리를 잡고 오로지 투명해지고픈 약수 藥水가 흐르는 시공간입니다.
거기에 서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일은 심심하고 무용 無用해서 마치 알지 못하는 곡조 曲調를 흥얼거리는 일 같습니다.
하지만 그 흥얼거림 위에는 비가 내리고 눈이 쌓이더라도 항상 별 같은 것이 떠 있습니다.
시각을 자극하지 않고 시선 안으로 들어와 반짝이는 저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까 생각합니다.
아침이면 길이 미끄러울 것이며 그 미끄러운 길을 따라 일하러 가야 하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신문이나 우유는 배달될 것입니다.
바깥은 눈으로 덮여 있으며 오래전에 강원도 향로봉에서 들었던 그 바람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삭정이만 모아도 뜨뜻하게 잘 수 있으니까 그게 얼마나 다행이냐 하시던 노스님께서 이 바람 속에 깨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아침이 되면서 바람은 잦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날이 개듯 햇살이 환하게 퍼지면 초목까지 싱그럽던 초여름 아침을 한겨울 새벽에 꺼내놓습니다.
이 잠을 자고 일어나서 먼저 하는 일이 그대가 웃기를, 그게 뭐냐며 그냥 먼저 그대로 웃기를.
쓰다 보니 심란한 곳에서 시작해 번거롭다가 옛날도 생각나고 그러면서 안정을 찾는 모습으로 흘렀습니다.
누군가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은 사람을 인간적이게 합니다.
그가 누구라도 괜찮냐는 안부 인사와 그저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솔솔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기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하는 인간, 호모 오라티오스 Homo Oratios!
바다로 일하러 가는 사람, 시장에 먼저 나가야 하는 사람, 산에서 부는 바람을 다 맞는 사람, 혼자 외롭고 쓸쓸한 사람, 춥고 배고픈 사람, 밥도 삼키기 힘든 사람. 날이 밝지 않기를 소원하는 사람, 눈이 내려도 눈길을 가는 사람,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