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1

5분짜리,

by 강물처럼

뒷좌석에 탄 딸아이는 올해 열두 살입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학원에 데려다주는 길이었습니다.


아들은 말을 시켜야 하고 딸은 말을 걸어오는 구조.


다들 익숙하실 것입니다.


어제는 딸에게 하나 배웠습니다.





"아빠, 내가 영어 숙제를 다 했을까, 안 했을까?"





살짝 들뜬 목소리로 물어오는데 저는 대답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쓸 일이 생겨서 연휴가 끝나자마자 마음이 바빴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못 들은 척했고 도로 위에서 유턴을 하려고 앞에서 오는 차를 살피고 있을 때,


재차 묻는 아이의 질문에는 반갑고 즐거운 기색이 아직 절반쯤 남아있었습니다.





"오늘 영어 숙제 내가 다 했을까, 안 했을까?"





핸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차가 방향을 틀었고,


이제 신호등만 잘 맞춰주면 됩니다.


차 안이 조용하기에 거울로 뒤를 살피다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강이야, 4일이나 쉬었는데 숙제를 했냐, 안 했냐는 너무 맞지 않는 질문이야."





"그 긴 시간에 어떻게 숙제를 안 할 수가 있어?
이건 대답을 하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다."





다음 순간에 저는 웃고 말았습니다.


한 번 터진 웃음이 학원 앞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차에서 내린 뒤에는 맑은 물이 차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여태 그것도 몰랐으면서 무슨....


봄볕에 언 땅이 풀리는 것 같은 미세하고 가는 진동이 멀리에서 전해졌습니다.


50년을 완고 頑固 하게 설명만 했구나 싶었습니다.


줄기차게 내 입장만 말하느라 오늘도 너를 몰라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아이가 내린 자리를 거울로 들여다봤습니다.


말 한마디면 환하게 웃고 내렸을 딸아이의 웃는 얼굴을 상상했습니다.


기특한 녀석,


그래 아빠가 한 수 배웠다.











오늘은 특히 저와 같은 남자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12살짜리 딸아이가 어제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냥 좋게 말해주면 안 돼?"





여자의 마음이라는 걸까요, 사람의 마음이 저런 걸까요?


하여튼 무언가 좋은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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