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8

아침에,

by 강물처럼




예수님,


어떻게 알고 거기 서 계십니까.





그쪽으로 가면 길이 없다고 일러주시는 듯합니다.


언제부터 여기서 기다리셨습니까.





어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기에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맞는 말에, 그저 옳다고 끄덕였습니다.


옳은 것이 언제나 제가 입을 옷이 되지는 않습니다


옳은 줄 알면서도 결국 다른 옷을 입고 분노합니다.


쓸쓸해하고 억울해하고 포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말씀이 참 어렵습니다.





고해성사를 보는 것도 마치 자꾸 지워서 더 이상 깨끗해지지 않고


너덜너덜해진 노트를 보는 일 같습니다.


금방 찢어지고 말 것 같은 것이 사람을 뒤로 물러서게 합니다.





형제를 사랑하는 일은 많이 어렵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수학 문제는 그만 잊고 싶습니다.


다른 것도 많은데요, 다른 아픈 사람도 다른 좋은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요.


아니, 차라리 수학 문제였으면 합니다.


어디 가서 구걸하는 이나 살인한 사람을 돕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형제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형제가 아니었으면 서로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거기 서 계십니다.


못 본 척 지나가야겠는데 너무 오래 서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을 어쩌자고 기다리십니까.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마태오 5:23





10년 세월이 무상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를 설득할 힘도 의지도 잃었습니다.


그와 다른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어제도 몇 번을 다짐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십자가들은 팔을 벌려 서 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본 십자가는 말이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고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 같은 사람을 신자로 두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겠습니다.


기도가 쉬워야 하는데 사람이, 제 자신이 어렵습니다.


다만 내 형제에게 내가 건네지 못하는 평화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구합니다.


그에게 평화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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