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6

아침에,

by 강물처럼




´귀하의 산정특례 적용 기간이 2021. 05. 05로 종료됩니다. ´





건강보험 공단에서 보내온 지난 5년 특례 기간 동안 본인 부담 5% 적용에 대한 종료 안내문에 쓰여있는 내용입니다.


종이 한 장을 들여다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건강하신 분들이야 그게 뭔가 싶겠지만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은 특별한 감정이 듭니다.


단순히 5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감회가 깊어집니다.


지난 5년 동안 함께 정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기꺼이 포개어 나란히 걷고 웃으며 지냈던 인연들이 떠올랐습니다.


저 혼자 걸었던 것은 아닌데 여기에 저 혼자 온 것 같은 미안함이 사무칩니다.


저는 그분들의 얼굴과 표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잘 살라는 격려와 위로를 담은 눈빛들입니다.


같이 있어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인 것을 알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한 그러고 싶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장례 미사에 참석합니다.


작년 늦가을부터 누군가의 장례 미사에 촛불을 켜고 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날아가다 저에게도 깃털 하나를 떨어뜨렸나 봅니다.


세상을 떠나신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어 졌습니다.


그것은 분명 제 의지는 아니었으며 저와 살아온 방식이 닮지 않은 마음이었습니다.


그것은 삶이 가르쳐 주는 하나의 문장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대목이 아니라 그렇다고 슬픈 분위기도 아닌 사람이 알아야 될 목록에 적힌 약속 같은 것이었습니다.





기도할 줄 모르는 이를 기도하게 하는 자비가 거기에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다른 길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싶습니다.


5년간 배웠던 것을 1시간이 채 못 되는 장례미사에서 풀어놓습니다.


그렇게 또 한 시간씩 채워 5년을 만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 요한 12:7





슬픈 날이 웃어야 하는 날이며, 웃어야 하는 날 슬픈 일도 잊지 않겠다는 약속.


고마운 것들이 봄꽃으로 피는 한 시간, 5년, 그리고 하나의 삶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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