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천리 / 이경애
4월, 어느 따사로운 날
나는 앵두꽃 버는 담벼락 아래
꽃색에 취한 듯 무심에 싸인 듯
어쩌면 향기가 될까 싶은 마음으로 서 있다
너는 너무 멀어서 그리운데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일어난 바람이 땅을 흔들고
꽃잎이 흩날린다
수수백백 바람이 낱낱을 세며
떨어지는 꽃잎에 발등이 아파
마음으로도 걸어갈 수 없어
천리 밖, 화향 자욱한 어느
담 낮은 빈 집에 너를 위리안치한다
내 생이 가장 찬란한 봄날이
너에게로 간다.
~*
우선 위리안치라는 말부터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앵두꽃도 찾아서 어떤 꽃색인지 알아야겠고 꽃이 번다는 말은 또 처음이다.
하긴 향기가 될까 싶은 마음이라니,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데면데면히 굴었던 것이 부끄럽다.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나는 꽃향 진동하는 마을에 아무래도 살고 싶은가 보다.
거기 반대편 산으로 오르는 길 어디쯤에 그런 여자 살고 있을 것 같은가 싶어서 이러고 서 있는 줄도 모르겠다.
아침 7시까지 배달할 기도문을 아직 적어놓지도 않고 수채화 같은 너에게 빠지고 말았다. 자꾸 건너편으로 멀리 시선이 가는 새벽의 파편들.
'떨어지는 꽃잎에 발등이 아픈'
찬란한 봄날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 봄날을 살아본 적 없어서 주저하고 서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