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8

아침에,

by 강물처럼


선인장에 꽃이 하나 피었습니다.

어른 주먹보다 큰 선인장 머리에서 꼭 상투처럼 꽃 하나가 솟았습니다.

가렵겠다 싶었던 것이 아담한 술잔처럼 꽃잎을 펼쳤습니다.

아무래도 궁금해서 다가가 봤습니다.

투명한 금색이 빛을 받아 은은했습니다.

모양은 눈 위에 피는 복수초를 많이 닮았습니다.

주인을 잃고 생기를 잃어가던 화분을 다 어쩌지 못하고 어머니 집에서 몇 개 가져왔던 것이 꽃을 피운 것입니다.

아버지와 사별하고 어머니에게 가장 힘이 됐던 것이 꽃이었다고 했습니다.

"저렇게도 사는구나"

아무 기력도 없고 의지를 잃었을 때, 물도 주지 않았는데 기어이 살고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물이라도 줘야겠다 싶은 마음이 사람을 옮겨 심은 것입니다.

마르고 거친 땅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곳으로 그렇게 조금씩 옮겨진 것입니다.

그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해도 어머니와 꽃은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살아가는 사이였습니다.

아파트에서 키우다가 죽게 생긴 것들은 모두 어머니 마당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거기가 응급실이었고 그렇게 서너 달 지나면 몰라보게 아이들이 건강해지곤 했습니다.

부쩍 자라있을 때도 있었고 모양도 멋스럽게 변한 것을 보면 다시 가져다 놓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가 꽃들이 좋아하는 장소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해피트리는 어머니 집 거실에서 가장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달력은 봄이었지만 들쑥날쑥했던 이른 봄 날씨에 애꿎은 꽃들이 시들고 말았습니다.

종자처럼 챙겼던 화분 몇 개가 남았습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이웃에 사는 어머니 아시는 분이 키우기로 하셨습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시절을 보냈겠구나...

선인장 꽃이 귀하게 보였습니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목적지는 자연이다. ´

어디에서 봤던 말이었을까요, 어떤 책이었을지, 광고였을지, 어디 자연장 입구에 쓰여있던 말이었을지요.

어머니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 하나를 당분간 맡아놓을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인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잘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것들이 자꾸 쌓여가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선인장 하나 잘 안아봐야겠습니다.

이왕이면 복음 말씀도 들려주면서요.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 요한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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