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9

아침에,

by 강물처럼


눈앞에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도로 건너 있어야 할 아파트 건물이 하얗게 사라질 정도로 아침 안개가 짙습니다.


도시는 지금 안개 속입니다.





두려움을 떠올리기에 안개가 적절해 보입니다.


안개가 짙게 내리던 밤에 도로 위를 달린 경험이 있습니다.


곧 괜찮아지겠지, 밤안개는 그런 순진한 생각이 어물쩡거릴 틈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덮어버렸습니다.


신호등 아래를 지나면서 방금 전까지 저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그제야 불안을 실감했습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서 더욱 사고의 위험이 클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진 길을 따라 운전을 하기에는 많이 위험해 보였습니다.


다음날 그 길을 다시 지나가며 차를 멈춰 섰던 지점이 어디였나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며 그와 같은 사거리, 차를 세워놓을 생각을 하지 못할 곳에 저는 멈춰 서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가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면 불안해집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딛고 선 것들은 허공 같은 것 아닐까.


넓고 편평한 가치들 위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과연 땅 같은 것일까.


먹을 것을 길러내던 그런 땅, 수목이 자라고 새가 날아들며 물이 흘러 구름을 비추던 그런 땅.


안개는 때때로 주위를 덮을 것입니다.


안개 때문에 불안한 것인지 나 때문인지 아니면 땅 때문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 요한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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