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50

아침에,

by 강물처럼




각시붓꽃, 하얀 민들레, 은방울꽃, 갈퀴 현호색, 광대나물, 국수나무, 신기하시죠?


꽃이나 나무를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 길에서 마주친 반가운 것들의 이름 몇 개를 적어봤습니다.


아, 그 길에서 봤던 스님 한 분이 생각납니다.


나는 오르고 스님은 내려가던 산길에서 마주쳤을 뿐이었는데 예사롭지 않은 평온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분들이 지나가고 나면 저도 모르게 돌아보게 됩니다.


벌써 저만큼 내려가는 걸음이 구름보다 빨라 보였습니다.


산 위에서는 순식간에 내린 동장군의 위세에 눌려 얼마나 고생스러웠던지요.


그래도 좋은 것을 보면 저도 조금은 열성팬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자연 自然이란 얼마나 거대하고 얼마나 자세 仔細 한 것인가요.


감탄하며 5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시간을 다 보내고 차를 몰아 돌아 돌아 내려오는 길에 올라갈 때 봤던 스님을 다시 봤습니다.


자연 속을 거니는 자연으로 걷는 뒷모습이었습니다.


걸음 하나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엿보였다고 할까, 뱀사골 계곡을 다 내려가는 老스님의 발이 딛는 저 길들이 다 성불할 것만 같았습니다.


스님, 성불하세요.





시간과 길이는 힘이 센 친구들이라서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단팥이 빠진 찐빵이 되고 맙니다.


10년을 알고 지낸들, 그것이 한 평생 걸렸다고 해도 거기에 있어야 할 것은 있습니다.


´나는 너를 믿는다. ´


그런 말은 관계가 오래됐다고 해서 생겨나는 맛이 아닙니다.


간장이 맛있어지는 데에는 다른 어떤 것들이 촘촘히 채워놓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촘촘하고 맛깔나게 만드는 것들이야말로 믿음이 걸어가는 길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일도 하게 될 것이다.> 요한 14:12





산에서는 걸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눈길이 가는 것들이 믿고 싶어 집니다.


가끔 꽃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 옹달샘처럼 졸졸 흐르고 싶다는 생각, 무의미할 것이 하나 없어 보이는 바위도 만져봅니다. 물론 하늘이야 늘 머리 위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그제는 겨울이더니 어제는 봄이었습니다.


어제 맡은 그 향기가 당분간 자꾸 생각날 것 같습니다.


´찔레장미꽃´


편지에 그 향기를 넣어 보내고 싶을 만큼 좋았습니다.


좋은 오월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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