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내 가슴에 달이 있다 /
그 말이 속으로 잠시 우스웠습니다.
욕심 내지 말 것을 發願했다는 말.
洗心井에 들러 물 한 바가지 손에 흘렸습니다.
산새들이 볕 속으로 헤엄쳐 물고기를 쫓는 날에
내 숨의 맨 앞자락이 새가 되어 날아간 하늘에 오르고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사람이 되어 옛날 애인을 떠올렸습니다.
늘 그 모양입니다.
지금은 얼굴도 못 알아볼 여인에게 지청구를 듣고 맙니다.
그리 많이 업어준 적 있었으니까.
잘 살지 그러느냐는 얼굴이 비치고,
세월이 갔다고 마음이 누그러졌을까요.
다시 돌아가 손도 씻고 발도 씻고 얼굴도 말끔히 닦아냅니다.
볕이 저 혼자 웃다가, 웃다 지나는 속에도
산 자는 저만치 그립고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