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라는 사람이 희미해지거나 반들반들 매끄러워질 때,
그래서 너를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는 내가 될 때,
희망이나 사랑 같은 말들이 화단 경계석 위로 그림자 지는 날에는
여름이나 봄, 아직 가을이었던 것들을 새김질하는 거미를 지키고 앉아있겠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이 태평양을 추억이 없는 곳이라 부르듯이 나는 허공을 만들 것입니다.
내 태평양, 거기에 담을 수 있는 것과 담지 못할 것들은 my only blue sea, 저 푸른 허공에.
풍덩, 그리고 퐁당.
기억이나 추억 같은 것들이 사람과 함께 어떻게 물기가 말라가는지 관찰하게 됩니다.
건조해지고 푸석거리고 그리고 주름이 지는 것, 늙음이나 낡음.
어버이날이라도 끼어있어서 더 살피게 되는 5월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수에 사시는 장모님도 많이 작아지셨고 어제 병원에 다녀온 어머니도 더 가벼워졌습니다.
그거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말에 힘이 붙지 않고 말이 적어지며 말씨라든지 말투에 땅거미가 내려앉은 것처럼 멀리서 고요가 깃들어 오는 풍경.
어머니들이 늙고 말았습니다.
일곱에 몇 번을 다 지나셨을까요.
여자아이가 맨 처음 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일곱, 그리고 열넷에 생리를 하고 그것이 일곱 번 지나면 폐경을 맞는다고 합니다. 일곱에 열 번을 다 채우면 일흔, 더 생겨날 변화도 없는지 제 모습을 깎아내는 어머니, 어머니 당신의 변화.
지금부터 내가 걸어가는 쪽에서는 헤어짐이나 이별이란 말들이 인사처럼 건네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무슨 기도를 하고 어떤 종을 울릴지, 선인장에게 묻기도 그렇다고 지구본에게 물을 수도 없습니다.
책은 쌓여있을 뿐이고 내 것보다 더 쓸쓸한 작별이 세상 곳곳에서는 날마다 일어납니다.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요한 16:13
추억이 소실점 하나로 가지런해지는 땅에서 내가 바라는 것도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태평양이 되고 허공처럼 다 잊었어도, 어머니들이 마지막 변화를 다 마치더라도 어머니인 것은 손대지 않기로.
평화가 되기를, 그대로 평화이기를 - 진리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