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100점짜리는 없고 국어와 역사, 기술 가정이 저조했다.
영어, 수학, 과학 점수를 그런대로 받은 편이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벌써 알고 있던 일이었지만 성적표로 받아보니까 허탈함을 넘어서는 다른 감정이 요동쳤다.
자리를 피하는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일들을 해놓고 식탁에 앉았다가 다른 때보다 일찍 일어난 산이와 마주쳤다.
아이가 꾸벅 인사를 해온다.
미처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대할지 준비해 놓은 것이 없었는데 생각하지 않았던 말이 나갔다.
강산이는 앞으로 갈수록 잘할 거니까, 괜찮아!
어색할까 봐, 끝을 올려서 서로 무안하지 않게 공기를 흐트러뜨렸다.
시험공부를 같이 하는 것이 맞을까?
그렇게 하면 얼마든지 점수를 높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다.
한 번쯤 성취감을 맛보는 것도 멀리 가는 길에는 필요한 것인 줄 알면서 일부러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수고롭다. 무엇이 나를 망설이게 하는가.
암기의 세상으로 끌고 들어가는 일은 쉬워도 비를 맞아보라고 권하는 일은 어렵다. 어느 쪽이 삶을 살아가는 데 더 긴요한 일이 될까. 나는 애써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나를 알아보겠다. 나와 같지 않기를 바라는 나는 실컷 이중성을 발휘하며 아이의 장래를 염려하기도 애틋해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니지, 어떤 외침처럼 we seek jusice for just us.
내가 던지는 공정과 정의는 우리로 향하는 기차나 트레이 tray 같은 것들이다. 반질반질한 무시와 나태와 이기 利己로 솎아지는 내 꽃들이 거기 타고 있거나 거기 올려져 식탁을 차린다. 아, 근청스러운 화음의 소프라노가 높다.
7살을 잊지 않고 꺼내보는 사진이 너를 닮았다.
그때 우리는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는가를 두고 멀리 나가지 않고서도 알 수 있었다는 것을 아빠는 겨우 찾아낸다. 어디에 있었느냐, 세월 같은 꿈들아, 너를 두고 내가 꾸었던 오색구름은 어느 하늘에 긴 다리로 쓰였거나 바람이 발을 얹고 놀았어도 아까운 줄 모르고 부르는 아리아, 주인공이 부르는 곡조 위에 메모하는 노래, '당신을 위해'
너를 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나는 기말 시험을 치르겠다.
아빠는 몰라서 모르는 것들로 지휘를 하며 흐느낌도 떨림도 피었다가 지는 것들도 선인장 가시도 다 모아놓고 밑줄을 그어가며 메모를 할까 싶다. 현을 퉁퉁 건드리는 활이 우리들 사이에서 춤을 춘다.
냇물아 퍼져라.
내 손등을 간지럽히고 멀리멀리 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