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71

아침에,

by 강물처럼



달빛이 밝습니다.

비가 올 거라던 예보를 떠올리며 내다본 새벽하늘에는 달 하나가 휘영청 떠있습니다.

그 말을 이제야 실감합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영어 교사였던 시절에 I love you를 사랑한다고 번역하던 학생에게 일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오늘 밤은 달이 참 밝네요.'라고 가르쳤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곳에서 그 스토리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찍 자리에 눕다 보니 달빛이나 별빛을 본 지가 어렴풋하니 먼 기억입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내주는 이치는 밤하늘을 두고서도 봐주는 일 없이 지켜집니다. 쓸쓸함마저 깔끔하게 마른 걸레질 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싶습니다. 모처럼 밖을 내다보며 그동안 못 봤던 달을 오래 감상합니다. 달이 밝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사방은 고요합니다.



무화과 열매가 맛을 넘어서 고마웠던 적이 있습니다.

여름이었고 죽 하고 식사 대용으로 만들어진 고단백 음료로 생활하던 때, 무화과 하나를 스푼으로 떠먹는 일이 하루 일과 가운데 가장 좋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무화과는 다른 과일처럼 달거나 새콤한 맛이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무심한 맛이라고 부를까 합니다. 무화과 하나를 먹으면서 사람이 비로소 안심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른 것도 곧 먹을 수 있겠구나...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는 시들고 말았습니다.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마르코 11:14



저주와 같이 들릴 정도로 나무를 포폄합니다. 이 부분에서 생각나는 대목이 요한복음의 구절입니다.

저는 거기를 ´제멋대로 VS 제대로´라고 이름 붙이고 기록합니다.

7장 18절, <스스로 나서서 말하는 자는 자기의 영광을 찾는다. 그러나 자기를 보내신 분의 영광을 찾는 이는 참되고, 또 그 사람 안에는 불의가 없다.>

제멋대로와 제대로는 한 글자가 더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제대로 안에는 진짜 ´멋´이 들어 있습니다. 제멋대로는 ´멋´인 줄 알지만 결코 멋이 아니라 해 害가 되는 일입니다. 나무가 제대로 자라는 일은 열매를 맺는 일일 것입니다. 포폄이라고 하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선하지 못한 일이냐 하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전의 과정을 짚어가며 그것이 제대로였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16절, <나의 가르침은 내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것이다.>



그래서 동양의 그런 대목을 동경하는 것 같습니다.

I love you, 얼마나 솔깃하며 끓어오르는 감정이었겠습니까. 쉽게 가고 싶어질 때가 불현듯 살아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사람이 삶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 I love you 아닌가 싶습니다.

마구 던져보고 싶은 것들이 한둘이었을까 싶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모두가 부처님으로 보일 거라는 말씀에 가닿습니다.

그것을 다 풀어헤쳐 보이지 못하니까, 대신 말해주고 돌아가고 머뭇거리며 또 세월을 훌쩍 건너보기도 합니다.



´달이 참 밝다. ´


그러면서 말입니다.



옛 여인들은 그것을 인내한다고 썼을 것입니다.

사내들은 무던히 참고 견디며 또 감내했을 것입니다.

참을 인 忍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 이제 좀 감이 옵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도 불행이지만 내가 나를 죽이는 일도 큰일입니다. 저는 거꾸로 가보겠습니다.

참지 마라,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 이전에 잘 참아낼 줄 아는 일은 내가 나를 살리는 일이 되는 것을 알겠습니다.

나무는 열매를 맺는 것이 잘 참는 일입니다.

그것이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지 않는 일입니다.



금욕주의를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하는 일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은 것입니다.

제멋대로 하지 않는다고 자유의 결박을 의미하거나 고행, 금욕은 아닐 것입니다.

인도의 자이나교의 수도승들은 평생을 씻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분들도 무엇인가를 참아내며 견딜 것입니다.

우리가 인내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화과의 맛을 느꼈던 그 여름은 지나갔습니다.

다른 것도 먹을 수 있겠다던 그 평온한 안심을 달빛으로 비춰보고 싶은데 어디에 뒀는지 잘 찾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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