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82

아침에,

by 강물처럼

일찍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버스 안은 평소처럼 잔잔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동행들과 소곤거렸고 몇몇 사람은 곧 내릴 것처럼 출입문 가까이 서 있었습니다.


나는 버스 뒤쪽 왼편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던 다른 차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요.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정차하고 있던 버스가 매몰된 사고였습니다.


사고는 늘 처참하고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합니다.


증심사, 사고가 난 거리는 오래전 기억 하나를 소환시켰습니다.


저기를 지나 배고픈 다리를 건너면 무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증심사라는 절에 갈 수 있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괴로웠던 장면을 세월은 꼭꼭 감춰놓고 보여주지 않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름, 동구 학동, 나는 또 어디로 갈지 방향을 묻지 못하고 거기 서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정법을 일러줄 때 사람들이 참 많이 쓰는 거라며 먼저 집중하게 합니다.


누구나 지금, 현재를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거 같거든 그래서 가정법 중에서도 제일 인기 있는 것이 가정법 과거야.


내가 부자라면, 내가 아이돌이라면, 심지어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저는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If + 주어 + 동사의 과거형, 주어 + 조동사의 과거 + 동사의 원형


If I had money, I would buy a new car.


만약 내가 돈이 있다면 새 차를 살 텐데.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공부 이야기.


저는 저 과거형 동사에 집중하려는 것입니다.


나의 지금에 영향을 미치는 지나온 과거 말입니다. 모든 현재는 거기에서부터 시작인 것 같아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맞아떨어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흐르는 시간의 순서는 언제까지 뫼비우스 띠처럼 처음을 묻는 질문입니다.


내가 그 버스에 앉았다고 썼습니다.


그래도 죽음을 실감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연속적이어도 늘 현재를 감당하기에 벅찰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밖에 없는 것처럼 살라고 외치는 것처럼 옆 사람의 죽음이 슬프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 그 자체가 나는 안 됩니다. 내가 되지 못하는 현상은 날씨만도 못합니다. 그것은 좀 어처구니없는 사실입니다. 내 배가 고픈 것이 슬픔 덩어리를 가볍게 지나칩니다. 또는 무심코 지나치기도 하고 알고서도 지나가야 합니다. 무엇인가가 그렇게 가르칩니다. 그렇게 돌아갑니다. 다음에는 내 차례입니다.



거기 저처럼 앉았던 분들에게 한없이 부족한 조사 弔詞를 올립니다.


´삼가 고인의 평온한 안식을 빕니다. ´



나는 무너지는 다리, 백화점, 철거 중인 건물에 희생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정말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큰 사고 하나가 일어나기 전에 스물아홉 번의 그와 같은 작은 사고들이 먼저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는 삼백 번이 넘는 징후가 벌써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정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나는 무너지는 다리, 무너지는 건물 아래에 거기 있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을 당했다고 그러는 것도 이상하고 그것을 피했다는 것은 더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 > 요한 19:37



어쩔 수 없다는 그 말이 지금을 찌르고 우리를 찌르고 또 어딘가를 향합니다.


그 말을 붙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그럴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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