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94

아침에,

by 강물처럼

오늘 저 말씀을 적으려고 어제 그 말을 했던 것은 아닌가 싶을 때 마음이 환해집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



저 간절함을 지켜봤습니다. 있는 힘껏 불안을 겪어냅니다. 붙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잡아보려 하지만 허공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두려움이 통증과 함께 허공을 오를 대로 오릅니다. 길도 없는 거기를 밤중에도 오릅니다. 열이 나고 물기가 다 마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기억들은 언제 적 놀이였을까, 어디에서 타봤던 미끄럼틀이었을까요. 옛 동무라도 찾아낸 얼굴을 하고 몸서리치며 올랐던 그 허공을 간신히 내려옵니다. 마치 긴 셈을 하룻밤에 하나씩 풀어놓고 자리에 드는 수행을 목격하는 것 같았습니다. 두려움은 그때마다 허공 중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그 말이 필요합니다.


천 리를 가는 말보다 소중합니다. 자신의 종을 살필 줄 알면 만리 밖에서도 그 울림을 듣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달릴 줄 아는 말로 남을 것입니다.



비가 옵니다.



L ´ Amour Reve, 금요일 오후를 지나다가 문득 앙드레 가뇽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언제나 그의 음악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있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늦은 감사가 솟았습니다.


서른 살, 그때 앙드레 가뇽을 자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추락할 것 같았습니다.


이국 땅에서 나를 지켜줬던 것들을 이번 주말에는 떠올려볼까 합니다.


인제 돌이켜 보니 나를 살리는 ´사랑의 품 안에서´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지나간 것들이 억울해하지 않고 순하게 바라봐 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습니다.



오래전 하루키의 소설 제목 같습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그때에도 글을 적겠습니다. 서른에 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오십에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그랬다더군요, 하루키 선생도 그가 쉰이 넘고 저 소설을 적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벌써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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