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95

아침에,

by 강물처럼

주일에는 조용한 것을 선호합니다. 가능한 휴대폰도 울리지 않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래서 한 칸 건너뛰기도 하고 다른 날보다 늦은 시간에 ´카톡´ 하면서 찾아들기도 합니다. 살짝 겸연쩍어하면서 멋쩍게 말입니다.



토요일 저녁에 모처럼 성당에 갔습니다. 7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밖이 환한 것이 반갑기도 하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페이소스 같은 것이 내 안에서 돌돌대는 것 같았습니다. 어릴 적에 책을 읽다가 ´애수에 젖다´라는 말을 보면 이게 무슨 느낌일까 하며 궁금해했습니다. 고향 생각 같은 것인지? 조금 멋을 내어 말할 줄 알게 된 다음에는 ´귀소 본능´ 같은 거라고 막연하게 여겼습니다. ´돌아가는 것´들이 더 잘 보이는 여름날 저녁에는 끝없이 서쪽으로 가보고도 싶었습니다. 붉은색은 내가 기억하는 첫 애수입니다. 그렇게 한없이 해를 따라가다가 점으로 사라지고 나면 애수가 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지금도 해가 질 때면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과 눈을 맞추려는 내가 있습니다.



´노을 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며, 잡고 싶은 옛 생각들´ 이란 이문세의 소녀는 내 두 번째 애수가 되어줬습니다. 잡고 싶은 옛 생각이 많을 나이도 아니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면 사람은 한없이 연한 것이 맞습니다. 연한 것들이 세상에 내놓고 살아가는 대가, 기술, 세월 같은 것들이 애수가 된다는 것을 그때쯤 알았다면 일찍 시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그 노래를 부르면서도, 아무래도 사랑이란 것은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제 갈 길 가는 붉은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애수가 되어도 좋을 것들을 자꾸 모았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합니다.



성당 마당에서 뛰놀던 날들이 내 인생의 몇 안 되는데 하이라이트가 될 것입니다.


흠뻑 즐거움 하나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냐고 누가 물으면 그때를 답으로 적어낼 것입니다.


어제는 그렇게 애수 하나를 더했습니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 빈 하늘 위 불빛들 켜져 가며´


잘 부르지도 못하면서 아무 때나 흥얼거리는 것도 병인가 합니다.


열두 살 먹은 딸아이도 성당 마당에서 다 저문 하늘을 배경으로 실컷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강이야, 재밌어?


말하지 않고 물었습니다.


나는 어느새 부모가 되었고 어제는 나와 같은 부모들이 모여서 좋은 부모가 되는 일들을 의논했습니다.


적극적이지 못해서 그리고 아는 것이 없어서 자리를 지켰다가 일어서는 일이 고작이었지만 그 마음도 애수 같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그리워하는 ´지금´이야말로 늘 짓고 살아야 하는 노랫가락 아닌가 싶었습니다.


너는 가을이고 봄이며, 아침이며 저녁으로 자란다.


내내 어린아이로 자라고 언제나 마당에서 뛰어노는 그림으로 자란다.



책도 많고 스토리도 많고 좋은 것들을 나누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식에게 무엇을 남겨줄까를 다들 고민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마르코 5:36



실감 實感하고 균형을 잡고 그리고 방향성을 저도 제시합니다. 글을 쓰는 데에도 필요하고 음식을 만드는 주방에서도 필요한 저것을 살아가는 일에도 가져다 대어봅니다. 초여름 저녁 어스름이 내리는 성당 마당에는 애수가 깃들고 있었습니다.


나와 좋은 관계에 있는 아이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우리 노트에다 같이 적어놓을까.


두려워하지 말자. 그리고 믿자.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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