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96

아침에,

by 강물처럼

여기를 지날 때면 바람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조릿대 이파리를 흔드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그 바람이 아니라 자세히 봐야 보이는 바람입니다.


저는 그 바람을 ´흰´ 바람이라고 정합니다.


백석이 노래했던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 흰 바람벽을 그렇게 재현합니다.


거기에 바람이 지나고 있구나.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마태오 8:20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가 도연명 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흰 바람벽이 있어 中 / 백석



무엇을 묵상할지 몰라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월요일입니다.


오늘 하루는 입이 있어도 밥이 들어가지 않고 물을 마셔도 해갈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기도가 나를 통과하여 지나갈까 싶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기도가 아니라 기도가 나에게 오는 기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차분하려고도 담담하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도 바람은 솔솔 불어오기를.


내가 흘리는 땀이 아니라 두고두고 저 산모퉁이를 지키고 섰을 조릿대가 심심하지 않게 불어 주기를.


어머니의 두려움은 그 바람에게.


외롭게도 그러면서 높게, 쓸쓸하게 맡깁니다.



어머니,


지금까지 잘하셨습니다.


살아오셨던 그 힘으로 오늘도 지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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