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99

아침에,

by 강물처럼

´어느 쪽이 더 쉬운지 걸으면서 묻고 답하고 또 묻고 답하다가 하루를 다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말이 씨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제 꽤나 더웠습니다. 바람이 멈춘 날이었습니다.


길은 늘 같은 모습입니다.


어제 그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네가 뭘 얼마나 걸었다고.... ´


10년쯤 걸렸습니다. 땅끝, 미황사 마당에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봤던 날부터 어제까지.


평일, 아직 매미가 땅 밑에 머물고 있는 이른 여름, 그래도 7월 첫날.


벌써 반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미황사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알아차렸습니다.


1월 1일에 해맞이 가듯이 7월 1일에 여기에 잘 왔구나.


다음 남은 날들을 또 잘 살아보자고 빌기에 좋은 날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람 하나 없는 달마 고도에서 내 걸음 소리를 들으며 걸었습니다.


한 달 전에 지리산에 다녀오고 한동안 고생했던 것도 다 잊고 호기로웠습니다.


´바보´


그때와 똑같이 또 다리를 절고 있습니다.


달마산 둘레를 절반쯤 돌다가 아무래도 ´도솔암´이 보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은 늘 저를 이깁니다.


여길 오르면 계속 능선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산허리´를 걷는 쾌감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더 젊어서 걸었어야지, 건강을 지킬 줄 알았어야지, 자잘한 후회와 반성들이 가빠지는 숨소리를 뒤에서 밀었습니다.


언제 다시 여기 오겠는가.


그 마음에 늘 양보하며 져주는 내 몸이 고맙습니다.


그렇게 환한 마음으로 도솔암을 보고 봉우리를 몇 개나 지나야 했는지 세다가 말았습니다.


흔들리는 양쪽 다리를 달래고 보듬고 도중에는 사람도 없는데 바위에 앉아서 울까도 싶었습니다.


4시에는 다시 미황사 마당에 설 줄 알았었는데 6시가 다 되어 겨우 내려왔습니다.


또 감사하다는 말이 온통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그 뒤로 너는 어떻게 살았냐고 하면 ´감사한´ 것이 다였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뒤로 그 말이 참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마다 ´누구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살고 싶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자식이 걸린다고 그러고 늙은 부모에게 불효하는 것이 걸린다고 그랬지만 저는 좀 달랐습니다.


´나는 나를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


´나는 나를 살아본 적도 없는데. ´



제가 길을 걸으면서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하겠다고 그랬습니다.


그게 실제로 됩니다.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어제는 온전히 혼자여서 더 잘 됐습니다. 남쪽 바다가 옆집 화단처럼 훤히 보이는 내 집 정원을 거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것이 주인이구나.


왜 그렇게 꽃내음이 사람을 달래던지요. 알코올이 들어간 파티에서 내오는 과즙 음료, 펀치 Punch 생각이 났습니다.


레몬 향처럼 싱그러운 것은 어떤 꽃에서 나던 것인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찔레 향도 송진 냄새도 거기에 바다 내음이 섞였는지도 모를 남도 특유의 방향 芳香에 몸을 맡겼습니다.


취 醉 해라. 취 取 해라, 취 就 해라.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태오 9:12-13



길이 제 몸을 베푸는 방식이 천이 넘을 것입니다. 그 모든 일들이 자비로 풀어집니다.


사람은 길 위에서 의인으로 걷는 일보다 죄인으로 걷는 일을 배웁니다.


그리고 길처럼 남고자 합니다. 그를 조금이라도 담고자 하고 그렇게 닮아갑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


그다음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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