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22

아침에,

by 강물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땅 위의 것들이 여름이 던진 매력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것은 환상적인 커브였습니다.


빗줄기 하나가 먼 하늘에서 여기로 찾아드는 광경은 아무리 봐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찰나´를 살펴보는 기술 같아서 자꾸 연마하고 싶어집니다.


같은 비라도 어떤 것은 사막에 내려 서른 배, 백 배로 땅을 적시고 어떤 비는 홍수를 내어 모든 것을 떠내려 보냅니다.


비도 물인데 결국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뀌는 듯합니다. 지식이나 지혜가 사람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지는 것과 매 일반입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이래저래 사람에게 요구되고 기대되는 것들도 날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역할을 나눌 줄 알아야 오래가는 것을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독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랑이 되었습니다.


이긴 사람이 모두 가져가는 것은 아름다운 것인지요.



8월, 대기를 팽팽하게 데우던 열기에 비를 뿌려주는 모습은 넉넉한 호주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탕이며 껌, 화수분처럼 아이들의 벌어진 입속으로 자꾸 먹을 것을 넣어주는 그 주머니 말입니다.


능수버들이 그랬을 것 같습니다. 더위에 지쳐 늘어진 가지들이 저마다 출렁거렸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물을 좋아하는데 아마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홀라당 벗고 물에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늘어진 가지가 멋스러워서 일부러 그 가지들 사이에 얼굴을 묻고 숨어들고 싶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많던 능수버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였다. > 마태오 14:18-19



쉼이 있는 곳에 자리가 있고 여유와 마음이 있습니다.


자리가 있고 여유와 마음이 모이면 쉼이 됩니다.


그런 식으로 쉼에서 여유와 자리를 챙기고 나면 마음이 남습니다.


쉼을 바라보는 마음, 마음이 다가가는 쉼을 기대하는 여름입니다.


거기에 여유와 자리는 얼마나 필요할까, 비 내리는 오후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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