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27

아침에,

by 강물처럼

아직도 이기는 것만 보이십니까.


감동 없는 승리는 맹목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승리만을 위한 승리를 위해 덤벼드는 모습은 ´인간미´가 덜합니다.


이기고도 지는 사람이 있으며 지고도 이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드는 일은 이럴 때 좋습니다.


애틋한 것이 만져지는 나이는 모든 것들에게 선한 것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의 마음은 오묘해서 때로는 감정을, 때로는 선한 성정 性情을 어떤 때는 순수한 이성까지도 거기에 함께 섞여 있습니다.


´마음대로 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두 말이 같은 말이면서 다른 말이 되는 공간을 사람들은 지니고 있습니다.


멋대로 하라는 말과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라는 말이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는 선인들의 당부는 여전히 유효하고 마땅한 일입니다.



마음이 울리는 동굴에서 감동이 흐릅니다. 음악같이 흐릅니다.


그것이 세상에 나와 환한 빛으로 물드는 것, 마치 생명의 탄생 닮았습니다.


어둠과 밝음에 골고루 스며들어 세상 곳곳을 돌아보는 마음의 일생을 그려봅니다.


그 마음이 의지하며 신고 다니는 신발과 입고 다니는 옷, 마시는 물과 먹을 것, 머무는 곳, 그리고 길.


그것이 믿음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믿는 것과 내가 믿는 것 사이에서 사람은 존재합니다. 살아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마태오 17:17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은 유품일 수도 있으며 기억일 수도 있고 지혜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먼 길을 다니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길은 사람들에게 계속 일러주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물이, 거기까지가 1막입니다.


연극은 계속되고 삶은 더 오래가는 길입니다.


6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극 무대에서 살아온 박정자 씨의 인터뷰 기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덥지만 좋은 하루였으면 합니다.



"저는 의자로 남고 싶어요. 의자 뒤편에 연극배우 박정자 그리고 정말 좋은 대사 한 줄을 새겨 넣은 그런 의자를 만들어 기증할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 쉬어갈 수 있게요. 나무의자였으면 하는데, 오랜 시간을 바라지 않고 몇 년 동안만 비바람을 견딜 수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해요. 그 옆엔 제가 좋아하는 수수꽃다리 나무를 심고요. 저를 화장해 나온 뼛가루 중 일부를 그 나무 밑에 뿌려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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