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28

아침에,

by 강물처럼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떴습니다.

지구 둘레가 우주 쓰레기로 둘러싸인 모습입니다. 두 뼘쯤 되는 기사 제목이 이렇습니다.


´인류는 우주에도 쓰레기를 남긴다. ´



경제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환경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날마다 쓰레기를 비우면서 내심 걱정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렇게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버려서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염라대왕 앞에 가면 살면서 지은 죄보다 살면서 버린 쓰레기로 먼저 심판받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는 편한데, 이것으로 망할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우주에 쓰레기를 남길 수 있는 존재는 우리뿐인가 합니다.


어떡하면 좋냐고 하소연할 때가 그나마 행복했다고 후회할 것만 같습니다. 방법이 없다며 쓸쓸하게 돌아서고, 매캐한 연기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항상 어두운 하늘을 봐야만 하는 일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집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끔찍할 수 있는 일을 무심히 저지르고 아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절제하지 못하면 강제하게 됩니다. 그것이 법입니다.


법 法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연한 것이어야 하는데 사람이 모이면 물이 혼탁해지고 마르고 범람합니다.


물길을 바꾸거나 없애고 사람들 가는 길을 만들어 놓습니다. 법 法이라는 말에 더 이상 사람들이 수긍하지 않고 덤벼듭니다. 사람이 물이 있어야 할 자리를 꿰차고 들어섭니다. 구 佉, 내쫓고 떠난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입니다. 법이 물처럼 흐르고 스며들어야 법이지, 사람들처럼 시끌벅적해서야 어디 써먹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은 자꾸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에 우리가 위협 당하고 있습니다. 말이나 글도 넘쳐나고 감정도 과잉, 집단 간의 분쟁이나 이해타산이 도를 지나칩니다. 많이 먹은 자가 더 많이 먹은 자의 욕심과 허영을 지적하고 더 많이 가진 자는 그만큼 가지지 못한 자를 무시하고 괄시합니다.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외로울 줄 알아야 하는데 쓸쓸한 것은 참지 못하고 자유만 구가합니다. 그러니 제멋대로 가고 맙니다. 말이 말을 듣지 않고 사람이 사람 위할 줄 모릅니다. 뇌쇄적인 자태를 뽐내는 자유인들은 곧 우주로 진출할 것입니다. 여기는 내버려 두고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기 위해 또 다른 스타디움을 건설할 것입니다. 먹고, 마시고, 버리는 게임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마태오 17:27



태풍이 분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제저녁에는 바람결이 달라진 듯해서 잠깐 동안 밖을 서성거렸습니다.


여름은 보내기에 바쁜 계절인 것만 같아서 살짝 토닥거려주고 싶었습니다. 나도 자신 없지만 서둘러 가지는 말고 때가 되면 가라는 말을 천천히 꺼냈습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절정으로 뻗쳐오르면 여름도 마지막입니다.


음력으로 된 1년이란 기간을 지나면서 꼭 한 군데 머리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지금입니다. 입추 立秋는 가을을 알리는 이정표인데 거기를 지나서 말복 末伏이라고 쓰여 있으면 사람이 아무래도 헷갈립니다. 길을 잘못 온 것은 아닌가 슬쩍 불안해질 때쯤에 처서 處暑가 시작되며 일교차가 커집니다. 1년을 24절기로 나눈 그 지혜에 감탄합니다. 하나 말씀드리자면 소서, 대서는 절기에 들어가지만 복날은 거기에 끼지 않습니다. 그러니 말복이 남아있어도 우리는 분명히 가을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끝의 시작 같은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든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백신도 잘 맞고 계절의 순환도 잘 맞이하시고.


늘 안녕하시기를 자그맣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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