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33

아침에,

by 강물처럼


아름다움이란 뭔가요?

꽃잎이 크고 빛깔이 진하고 향기가 많이 나면 그러면 아름다운 건가요?


그런 것은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어.


그럼 진짜 아름다움이란 어떤 건가요?


아름다움이란 꽃이 어떤 모양으로 피었는가가 아니야.


진짜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에게 좋은 뜻을 보여주고 그 뜻이 상대의 마음속에 더 좋은 뜻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 생기는 빛남이야.



- 정채봉, 제비꽃에서



´핏이 살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대입니다.


다 좋아도 ´핏이 살지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핏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사람들 관계에서도 ´핏이 사냐? ´며 물어올 듯합니다.


저 사람이 내 옆에 나란히 선다는 것은 내게 무슨 의미인가 속셈을 해댑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판단을 끝냅니다.


결혼식에서도 장례식에서도 사람들은 핏에 더 신경 씁니다.


그것은 옷입니까.


몸에 걸치는 것은 옷뿐만이 아닙니다. 학벌도 한 벌 척 걸치고 나오면 반짝반짝합니다.


거기에 현혹되는 것도 참 핏이 안 서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합니다.


그렇게 사람을 매혹하는 일이 과연 핏이 사는 일인지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고개는 저절로 숙여지는 것이지, 조아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감탄이 어디 억지로 해서 나오고 일부러 그게 되던가요.


´척´은 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척, 떠받드는 척 그러고 돌아서며 침을 뱉습니다.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바로 위력 威力입니다.


사람의 자유로운 생각, 마음을 제압할 수 있는 유형이나 무형의 힘은 모두 위력입니다.


법에서는 위력에 의한 폭행과 협박은 처벌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위력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목격하는지요.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어떻게든 이용하고 머릿속에 든 것으로도 얼마든지 분탕질을 쳐댑니다.



진짜 아름다움은 아름답고자 하는 바탕을 깨우치는 일 아닌가 싶습니다.


때깔 좋고 핏이 나는 것이 부러워서 입에 침이 마를 것이 아니라, 배롱나무 붉은 꽃이 흙담을 타고 오르는 능소화와 어울리는 일,


여기에 부는 바람이 거기에서 불어온 바람이었음을 차분히 만져보는 일, 그런 일들.


아침이었으며 그것이 저녁놀일 수 있다는 사실을 두고 한껏 너그러워지는 세상과 나를 둥그렇게 만나는 일.



흔히 우리가 많이 좋아하는 말 하나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 대신에 써넣을 수 있는 이름은 어떤 이름이고 그 이름들은 몇이나 되는지요.


내가 핏이 살지 않아도 나를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내게 위력적일 것이 하나 없어도 그보다 더 힘 있게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요.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 마태오 22:8



잔치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래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진짜 핏이 살아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잔치는 환하고 왁자지껄합니다.


아름다움은 다른 아름다움과 겨루지 않습니다.


빛과 향을 함께 가진 것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그 자리가 누구의 자리인지 알아봅니다.


고개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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