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69

아침에,

by 강물처럼

길을 다 걷고 집에 돌아오니 비가 내렸습니다.


지리산에 있었습니다.


걸었다는 표현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합니다.


품이 너른 산에서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고개를 넘고 산길을 걷는 일이 힘든 것이야 당연합니다.


그래서 걸었다는 말로는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가던 아이들이 웃으면서 떠드는 소리가 뒤에서도 잘 들렸습니다.


무공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걸을 수 있어서 좋고 걸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늘 따라다닙니다.


그럴 때는 햇살이 땅에서 하늘로 솟는 것 같습니다.


풀밭 위에 촉촉하게 내린 이슬방울들 하나하나가 세상에 찾아온 생명 같아서 찬찬히 그 곁을 지나갑니다.


밥이 정말 맛있으면 아껴 먹습니다.


장맛이 좋으면 그것 하나로 밥상 위에 사람들 눈길이 반짝반짝 쏟아집니다.


길도 그렇습니다.


피곤하면서도 이 길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집니다.


절정은 대단원으로 마무리되면서 절정 속의 절정을 이루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감도 感度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때 찾아오는 감동이 기도로 이어지는 하늘을 좋아합니다.


나는 한순간이지만 내 한순간이 그 하늘 높은 곳에 쌓이길 기원합니다.


지극히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구름이 화답하듯 너울거리는 가을이었습니다.



무엇을 맛있게 드시고 계시는지요.


그 밥을 맛보고 싶습니다.



제가 떠먹은 풍경입니다. 황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여기를 몇 년 만에 다시 왔던가 헤아려보게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먹고살았던가. 무엇이 나를 살렸던가 싶었습니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루카 11:29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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