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78

아침에,

by 강물처럼

이것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이것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이것은 시간이면서 공간입니다. 이것을 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단 한 글자의 그것이라니 꽤 당돌한 듯하고 흥미롭습니다.


바로 ´ ´입니다.



무엇이 저 안에 보이는지요?


아무것도 없는 저것이 답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틈´입니다.



틈이 없다, 틈이 있다. 틈이 보인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쉴 틈도 없다, 창문 틈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어느 틈에 가을이 깊어졌다.



이런 단어는 저 혼자서도 충분히 시 詩가 될 수 있는 울림을 가졌습니다.


사람을 사색하게 만들고 그 앞에서 몸가짐을 살피게 합니다.


틈이란 말로 충분할 텐데, 가끔 거기를 더 비워놓고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빈틈´


비울 것 없는 것을 다시 비우는 일이 ´빈틈´입니다.


그래서 빈틈을 노리는 사람은 위험합니다. 그런 사람을 적으로 두면 십중팔구 당하고 맙니다.


그러나 빈틈없이 일하는 사람은 대단합니다. 그런 사람은 사람들을 안심시킵니다. 둘 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전히 이치는 통하고 있습니다.


틈이나 빈틈은 그대로인데 그것의 작용은 뒤에 오는 말들에 따라 달라집니다.


말하자면 틈은 틈일 뿐인데 어떤 식으로 그것이 활용되느냐에 따라 그 처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는 틈입니다.


나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틈입니다.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꽃에게도 나는 필요할 것이고 물이나 계절에도 나는 있습니다.


나를 만지는 이는 누구입니까.


나를 볼 수 있고 내게 손을 건네는 이가 나를 소유합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루카 12:56



나는 음악으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나는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그의 마음이며 위선일 수도 있습니다.


시대 時代는 틈으로 읽힙니다.


틈으로 비치는 세상은 한 줄기 빛에도 환합니다.


먼지가 총총히 날아오르는 거기로


바람이 새어 듭니다. 우리를 숨 쉬게 합니다.



그대, 틈을 가지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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