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06

아침에,

by 강물처럼

¶ 저 부인은 참척의 고통이 뭔지 모르리라.


그러니까 저렇게 평화롭고 거룩한 얼굴로 성호를 그으면서 기도를


할 수가 있지 나 같으면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다.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참혹한 일,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일.


그런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드름 끝에 달린 물방울처럼 영롱해서 보는 사람을 평온하게 하던 눈빛을 기억합니다.


좋아했던 박완서 선생님은 저에게 눈빛으로 남았습니다.


그 가느다란 손으로 참척이라고 눌러 쓰고 얼마나 두근거렸을까요.


아니, 그때까지 얼마만큼 참담한 심정으로 지냈을까요. 그것은 슬픔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합니다.


슬픔은 해가 질 무렵 잠시 깃드는 쓸쓸한 생각,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싶은 막연한 생각 중에


쉬 찾아드는 물결 같은 것으로 족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은 불쌍하니까요.



라디오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낙입니다.


한 번씩 음악을 들으면서 힐링한다는 사연이 주를 이루고 신청곡과 사연이 나란히 소개될 때가 있습니다.


언제 들었는지 잊었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 서서 숨 쉬는 것도 조심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참척의 고통을 겨우 지나온 아내가 이제는 몸이 아픕니다. 아내가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신청합니다. ´



진행자의 짧은 한마디였지만 어떡해,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 그 뒤로 메아리처럼 번져오는 공기가 무거웠습니다.


공기가 다 슬픈 것 같아 가만히 소리 내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연을 보낸 당사자, 남편 되는 사람을 상상했습니다.


저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아주머니는 살아야겠다.


둘이는 연리지 連理枝처럼 이어져 있구나.


둘이니까 견딜 수 있었던 것을, 아주머니는 꼭 나아야겠다.



막 나가는 사람들이나 잘 나가는 사람들은 음악을 들었으면 합니다.


하루에 한 곡이라도 가만히 들었으면 합니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기뻐할 줄 아는 것은 먼저 슬픔을 아는 일입니다.


무엇이 마땅한지 그거 하나 배우는 것이 삶인 듯싶습니다.


고마운 것을 모르면 마음이 나서지 않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그 고마운 줄 아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고맙던가요.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라도 고마운 것이 고마운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만 알아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루카 21:28



작가의 이전글기도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