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05

아침에,

by 강물처럼

책은 무엇입니까.


꼬마 아이들에게 책을 물으면 종알종알 다양한 말들을 쏟아냅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여 정이 갑니다.


그랬던 것이 학년이 오르고 힘이 좋아지는 나이가 될수록 말이 줄어듭니다.


아예 대꾸가 없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물었던 것이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그럴 시간이나 있을까, 서로가 멋쩍어하며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아무래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은 히스클리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펼치는 손입니다.


스무 살이 되기만 기다리는 아이들의 손에는 히스클리프와 캐시가 겪었던 폭풍이 얼마쯤 머물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고 시절이 다 지나기 전에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한 페이지씩 넘기는 손은 오랫동안 촉촉할 것입니다.



책은 창 窓 같은 거라고 말하면 고개 들어 창을 내다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시선 맞은편에는 아파트만 보입니다.


창이 보여주는 것이 그뿐이어서 아쉽습니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보란 듯이 놓아버렸습니다.


책을 펼치지 않는 아이를 탓하기 전에 아파트만 보이는 풍경을 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컴퓨터를 켜면서 Window를 열라고 했던 그 처음을 간직하고 계시는지요.


저는 그 말에 무릎을 쳤습니다. 그 말 한번 잘 지었다! 사람이 사람하고 통할 줄 아는 것이 돈도 벌겠구나.


우리가 사는 집에는 창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창을 통해서 소통합니다. 밖에서 안을 보고 안에서 밖을 봅니다. 그것도 별무신통하면 활짝 열어서 통하게 합니다. 통 通 하는 것 자체가 바로 하나의 기회가 됩니다. 살아날 기회, 다시 움직일 기회, 숨 쉴 기회입니다.


아이들아, 창문 Windowd에는 기회가 살고 있다.


틈나는 대로 창을 보고 그것을 열어봐라.


고등학생쯤 된 아이들도 아이들입니다. 여전히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얼굴입니다.


그 표정이 예뻐서 하나 더 얹어 줍니다.


기회에도 두 종류가 있어, 너희가 아는 기회는 Chance, 그래, 찬스!


그런데 그것은 행운 같은 찬스야, 행운은 아무도 몰라, 하늘이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하는 그것이 찬스야.


창문을 열면 이런 기회가 기웃거릴 거야. 그것은 사람의 기회야, Opportunity


눈에 보이며 손에 잡히고 그 위를 걸어볼 수 있는 기회, 그것이 창에는 있어. 그러니 책에는 얼마나 많겠냐.


기회의 창을 열어라.


Do you mind if I open the window?


창문 좀 열어도 될까요?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카 21:17,18,19



생명은 인내로써 얻는 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알았더라도 쓸 줄 몰랐고 읽을 줄 몰랐습니다.


꽉 닫힌 채 커튼마저 가린 창이 오랜 세월 거기 그대로 있었습니다.


질식이나 단절, 아니면 폐허 같은 말들이 그 주변을 잠식했습니다.


먼저 커튼을 걷고 문을 열고 꽃들로 다시 장식하고 싶습니다.


향기는 덤으로 흩날릴 것입니다.


11월에도 꽃향기가 나는 곳은 바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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