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21

아침에,

by 강물처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문득 외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뉴스만 전달하면 그런 감정 상태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데 뉴스에 대한 소감이나 의견을 표현하게 되면 으레 마주치게 되는 일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수히 많은 직선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봇대처럼 우뚝하기도 하고 어묵 꼬챙이처럼 관통하기도 하며 한 뭉텅이로 꿰뚫고 엮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곡 曲 해지는 이치를 저는 선호합니다. 하지만 사람들 이야기에서는 그와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배운 사람들도 가진 사람들도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곧고 뻣뻣합니다. 그렇다고 배우지 않았거나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곡진 曲盡 하거나 곡절 曲切 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는 꿰뚫고 지나가는 길이 있습니다. 터널 같은 직선, 산에도 바다에도 이야기에도 터널들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일부러 멀리 돌아가자고 할 만큼 배짱 좋은 사람은 못되지만 직선은 힘이 세니까 만약 그 직선이 뻗어가는 방향이 내가 알던 스토리와 다를 때, 외롭기로 합니다. 차라리 멈췄다가 출발합니다.




멀리 돌아다보고 해 볼 것을 다 해 본 것을 곡진 曲盡 하다고 부릅니다. 그것은 정성을 들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라고 하면 내 문장은 처음부터 흐트러지고 맙니다.


친구 하나는 그것을 ´관계 關係´에서 설명했습니다. 관계 안에서 사건이 있고 관계 안에서 이야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인정 人情´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그것은 구조적인 차이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릅니다.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우뇌형이라든지 좌뇌형 같은, 금성 여자나 화성 남자 같은 시스템 말입니다.


우리 몸속의 시스템 또한 시대에 발을 맞추느라, 유행이란 것도 있고 대세나 추세, 경향이란 바람 속을 지나갑니다.


어느 때에는 곡진한 필요가 없는 땅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런 옛 시대의 유물은 박물관이나 내소사와 같은 유서 깊은 사찰에서나 따로 볼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외로워집니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 마태오 21:27




사진처럼 기억하는 일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저보고 일기를 쓰니까 기억한다고 그러지만, 사실 그 부분을 기록해 놓은 일기는 없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일들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성형한다고 그러지 않습니다. 가공됩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힘을 들여서 모양을 만드는 것도 가공 加工이지만 터무니없는 일도 가공 架空이 될 수 있습니다. 허공에 뜬 터널로 달리는 것들은 정말이지 가공 可恐 할 만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물에는 결, 불에는 길.


그것들은 곱습니다. 저에게는 곡 曲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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