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20

아침에,

by 강물처럼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하지만 그것은 체념에 가깝습니다.


체념해 본 적 있는 사람은 압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만큼 어두운 것도 없습니다.


멜로디가 예쁜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왜 가슴은 뛰고 눈에서는 눈물이, Why does my heart go on beating? Why do these eyes of mine cry?


Skeeter Davis가 노래 끝에 독백처럼 흘리는 말을 아침이 올 때까지 계속 웅얼거렸던 날.


정말이지, 그날 아침에도 노랫말처럼 하늘은 밝았고 새들은 노래했습니다.


Why does the sun go on shining? Why do the birds go on singing?


그제야 눈물이 나더니 겨우 길을 잃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암에 걸렸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묻는데 그것은 어쩔 수 있을 것 같아서 괜찮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20대 마지막은 노래 제목처럼 세상의 끝이었습니다. The end of the World.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어서 빛을 잃었습니다. 나에게서 빛이 꺼졌습니다.



암이라는 말을 듣고서는 살 궁리를 먼저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죽었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세상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낯설고 물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어지러웠습니다.



이제 나는 무작정 슬퍼하지 않습니다.


슬퍼지지 않습니다. 슬픈데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과 몸이 아파 누워있는 분들에게 살풋한 정을 느낍니다. 할 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잠시 그 옆에 앉았으면 싶어 합니다. 평범한 이야기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를 띄우고자 합니다. 미풍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라면 그때 한 번, 아니 15분 간격으로 살살 불어줄 수 있냐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떠난 사람들의 이름과 표정이 떠오르면 잘 있느냐고, 잘 지내라는 뜻도 날릴 줄 압니다. 우리는 괜찮아지고 있는 것을 믿습니다. 사이가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그네처럼 동그라미를 자꾸 그립니다. 추천 推薦, 그네를 밀고, 그것을 물을 먹인다고 합니다. 물을 먹입니다. 웃음소리가 허공에서 허공으로 사뿐사뿐합니다. 겨울이 봄처럼, 기적소리처럼, 음악처럼 흐릅니다. 이제는 물을 마십니다. 청량 淸凉, 맑은 것이 서늘하여 물이 됩니다. 그래서 눈물, 눈물 그러나 봅니다. 다시 흐르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스무 해가 그랬듯 다시 스무 번 지날 것입니다. 그동안에도 사랑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마태오 17:12



병상에 계신 분들을 위하여 이름을 적습니다. 물을 담고 있는 눈으로 적습니다.


생명이기를 기도합니다. 근원적인 생명이기를 바라는 것은 눈으로만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생명을 얻어내는 생명, 그 생명의 숨이 되는 곳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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