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22

아침에,

by 강물처럼

어제오늘은 날이 많이 차갑습니다.


따뜻하게 준비하고 나서야겠습니다.



우리가 ´멋있다´고 할 때 그것은 무엇이었던가요.


궁금합니다.


멋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멋이라, 어쩐지 근사한 어떤 것을 앞에 두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맛이라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는 김장을 모두 마쳤을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에도 어머니는 겨울이면 김장을 담그셨을 겁니다.


쉰한 해를 어머니가 담근 김치 곁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김장을 멈추셨습니다.


어머니 김장은 늘 12월, 눈이 내리거나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그게 어머니만의 맛을 간직한 김치의 소박한 비결이었습니다.


막냇동생이 어머니 속을 태울 때면, 엄마 없으면 이 김치도 없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리석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셔도 더 이상 어머니 김치는 없습니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어머니가 평생 담그셨던 김치를 적어볼 생각입니다.


그거라도 써놓아야 내가 후회를 하든 반성을 하든 무엇이 될 것 같습니다.



멋은 맏이란 말과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형제라는 뜻입니다.


어머니한테 저는 맏입니다. 그래서 많이 죄송합니다.


나는 누구의 맏이나 멋이 되지 못하는 사람인 줄 압니다. 그래서 쓸쓸할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의 근사한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무심코 바라보는 근사 近似 한 것이란 과연 무엇을 닮은 것인지, 아니면 무엇을 담은 것인지.


종교가 없는 친구가 옆자리에 타더니 뭐가 이렇게 주렁주렁 달렸냐고 물었습니다.


기적의 매달, 묵주, 또 묵주.


다른 말 대신에 ´우리 엄마´가 준 거야, 그냥 그렇게만 말했습니다.


내가 말하기 귀찮거나 불편하거나 싫은 것들, 그때 ´엄마´라는 말로 대신 막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한테 그런 존재가 바로 하느님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사한 존재, 멋있는 십자가, 맛있는 종교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겨울은 깊은 골짜기를 연상시킵니다.


감나무도 베어지고 없는 그 집에 우두커니 앉아서 겨울을 보내실 것입니다.


김장 걱정도 없고 보일러 걱정도 하지 않고 망중한 忙中閑이 아니라 적요 가운데 적요로 지내실 것입니다.


가끔 이렇게 반성문을 쓰면서 저는 또 저대로 겨울을 나야겠습니다.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믿음이 선한 사람들은 멋이 납니다.


근사한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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