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1

아빠가 좋아하는,

by 강물처럼

너희는 모르는 노래, 그런데 좋은 노래 하나. 여기 있다.

How long will I love you, As long as stars are above you, And longer if I can.

얼마나 오래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네 머리 위로 별이 떠있고 그리고 오래오래.

나는 이 노래가 좋다. 자근자근하게 속삭이는 여자의 음성이 좋고 How long 하면서 기원하는 마음이 마음에 든다.

너희는 12월에 방학도 하지 않고 아직 눈도 맞지 못했구나.

나하고는 다른 학창 시절을 보내는 너희에게 내가 보여줄 12월은 이런 것이다.

How long will I need you, As long as the seasons need to follow their plan.

계절이 계절로 옮겨 오는 내내 나는 네가 필요하지.

12월은 바다를 보듬고 앉아있기에도 좋고 낙엽이든 친구든 멀리 가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맛이 있다.

그것은 영영 이별일 수도 있으며 다시 만나기로 하는 약속이기도 해서 웅숭깊은 우물 맛이 난다고 하면 그게 뭐냐고 다시 묻겠지, 그러겠지.


미리 부탁 하나 해두자, 자꾸 깜빡하니까.

매일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너희는 여전히 늘 그와 비슷하게 삶을 살아가도 좋겠다.

우리 거실 한쪽 구석에 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 본 적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 선생님이 그랬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예술이라는 페이지를 펼쳐보는 것 아니겠냐고. 물론 페이지라는 말은 내가 예쁘게 장식한 말이다. 그 선생님은 장식에는 관심이 없거든.

그래서 부탁인데, 어떤 음악이 너희를 살찌게 하고 어떤 때 듣는 어떤 음악이 살면서 힘이 되는지, 일기를 쓰듯 아니면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내게 알려주려무나. 세월이 얼마가 흘렀더라도 말이지.


저번 주말에, 지난해 우리가 걸었던 변산반도, 거기 마실길에 아빠는 다녀왔다. 놀다 왔다.

우리가 걸으면서 조그만 어촌 마을 - 궁항이라고 부르는 - 을 지나고 언덕 위에 있었던 전망대, 기억하지?

그 근처에서 하룻밤을 어릴 적 친구들하고 보냈다.

무슨 이야기부터 할까. 긴데, 긴 이야기 싫어하던데...


아빠는 샛길로 빠진다.

그런 할머니가 있었대.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할머니인데 얼마 안 되는 푸성가리를 가지고 나와 길거리에 앉아 있었다는 거야. 어떤 사람이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안됐다 싶었는지 거기 놓여있는 것들을 전부 사겠다고 얼마냐고 그랬대. 정말 조금밖에 없었나 봐. 그런데, 할머니가 뭐라고 그러셨는지 아니?

How long will I be with you, As long as the sea is bound to wash up on the sand.

바다가 모래를 다 쓸어가라도 그렇게 오래 너와 함께.

글쎄 그랬다는 거야. 괜찮다고, 팔지 않겠다고. 물건을 팔러 나온 것이 아니라 삶을 살려고 나온 거라고.

할머니가 삶이라는 말을 꺼내진 않았을 거야, 그건 각색이 맞겠지, 장식이었겠지. 나처럼, 그리고 프루스트처럼.


그런데 주말에 변산항, 방파제를 어릴 적 친구들과 걸으면서 그 생각이 났어.

흘러가고 머물고 다시 흘러가는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친구 하나가 크게 웃고 그 옆에 웃음기 없이 사는 친구도 미소 짓더니 그 옆에 친구도 마스크 사이로 웃음이 번지고 그 옆에 친구도 그 옆에, 그 옆에서도 웃고 말더라.

마치 세상에 살려고 나온 얼굴들처럼 말이야.

휴대폰 카메라로는 그 얼굴이 다 보이지 않았는데 웃음은 보이는 거 있지. 까불고 싶던 거 있지. 그게 무엇인지 너희는 언제쯤 찾아낼까. 그것을 찾으면 흔들어 보여라, 내가 웃을 거니까.


12월 벌써 보름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해야지. 강이 선물은 이미 다 공개됐고, 산이 선물은 무엇이 좋을까.

여드름도 나고 이제 앞을 감추고 거실을 왕복하는 산이가 오래 간직할 그것은 무엇이 될까.

오늘 들었던 노래 좋았지?

그 노래가 이 영화에 나와, About Time.

다시 되돌리고 싶은 시간은 언제였냐며 묻는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가 최선이었다는 격려를 건네는 영화.

그러니 괜찮다며, 웃어 보이는 영화야. 아빠 친구들이 보여줬던 웃음 같은 웃음 말이지.


아빠한테 배운 영어로 힘껏 이 문장들을 바라봐라.

Some days, you want to relive forever.

Some days, you only want to live once.

나는 그것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사는 날까지 궁금해할 듯싶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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