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24

아침에,

by 강물처럼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자는?



대선 선거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실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밀림의 왕은 사자인데, 우리가 뽑아야 할 대통령은 과연 어떤 사자일지 염려스럽습니다.


대통령을 뽑는 반갑고 희망찬 일이 걱정스럽고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미안하지만 벌써 틀렸다는 생각입니다.


무감하게 바라봐야 할 텐데 너무 중요한 일이어서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이런 젠장맞을´입니다.


또 미안합니다. 선거에 관련되었거나 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분들에게 듣기 민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 중에 시정잡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정 市井이란 아주 오래된 말입니다. 옛날 옛적에는 우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습니다. 시정이란 마을입니다.


시정잡배라고 하면 일하지 않고 놀면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무리들입니다. 방탕하고 위험한 것이 이리떼나 승냥이 떼를 연상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좀 막 나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정잡배가 거슬린다면, 같은 배들인데 이번에는 무뢰배를 타보겠습니다.


무뢰배 無賴輩, 이 말도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갸우뚱할 것입니다. 듣긴 들었어도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쏭달쏭할 것이 분명합니다. 무뢰배와 시정잡배는 비슷한 맥락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입니다. 근거지가 없거나 일정한 직업이 없이 돌아다니는 것까지는 좋은데 ´나쁜 짓´을 일삼는다는 데 그 속뜻이 있습니다. 저는 나그네라는 말이 좋아서 별명처럼 붙이고 다닙니다. 나그네는 구름에 달 가듯 할 뿐입니다. 그것도 걸어서 말입니다. 누가 저더러 ´나그네´ 그러면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나그네가 되어야 할 텐데 그러면서 반성도 합니다. 현대판 무뢰배는 거처가 훌륭하고 어쩌면 직업도 번듯할 수 있다는 숨은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서로 의뢰 依賴 하며 살아갑니다. 의뢰는 믿고 의지하고 기대는 것입니다. 굳게 믿는 것, 그렇게 부탁하는 것이 의뢰입니다. 말하자면 ´만 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싶은 함석헌 선생의 긴한 물음이 등에 업혀 나를 향해 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그러한 의뢰나 청탁이 탁해지고 말았습니다. 누가 의뢰하면 벌써 분위기를 잠식하며 도사리는 기운이 있습니다.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주고, 생태계가 오염되었습니다. 아침도 오기 전에 옷도 챙겨 입지 않고 너무 나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속이 불편한가 보다, 그렇게 봐주시면 - 잘 봐주시면 - 고맙겠습니다.



그 말, 그래서 무뢰배라고 하면 믿음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썩은 동아줄을 믿고 하늘에 오르는 호랑이는 떨어져 수수밭이라도 되었는데 우리는, 우리는요.


우리는 호랑이처럼 살지 않았습니다. 오누이를 살폈으면 살폈지 잡아먹으려고 했던 적 없습니다.


우리는 차라리 오누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알뜰살뜰 돌봐가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간밤에 스쳐간 꿈을 헤집어 봅니다. 아직 불씨가 남았나 뒤적거립니다. 하지만 발아래에는 호랑이가 있고 하늘에서는 믿을 수 없는 동아줄이 내린다면 어떡해야 합니까. 과연 그때도 우리는 오누이로 남을 수 있겠습니까.



별걸 다 걱정한다 그러면 좋겠습니다. 뜻하지 않은 만남이 기우 杞憂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보라, 네 앞에 나의 사자를 보낸다. 그가 네 앞에서 너희 길을 닦아 놓으리라. ´>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자는 자원봉사자입니다.


선거만 하면 등장하는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장애인 목욕시키는 그거 말고, 연탄 나르고 밥 퍼주는 그 흔한 사진들 말고 - 하긴 선거라도 있어야 그런 대접받을 수 있다는 하소연도 들었지만 - 가슴 뭉클한 장면 어디 없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왜 그 사람을 갖지 못했는지, 나목 裸木처럼 쓸쓸합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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