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54

아침에,

by 강물처럼

¶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 텐데. - ´만엽집´ 中




그 버릇이 여전합니다.


정말 쓰고 싶은 것은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저녁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봤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큰 대목입니다.


어느덧 아이들이 정서 情緖를 즐기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영화도 좋지만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그것이 반갑고 또 고마워집니다.


´아까운´ 것, 아깝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람 살아가는 모습도 각각입니다.


내가 아까워하는 것은 공감 共感 같은 것입니다.


´일치´라는 말을 가장 최근에 들었던 것이 언제였나요.


그 시간이 먼 만큼 어딘가에서 많이 지나왔을 것입니다.


발바닥이 땅에 닿으며 땅이 내 발처럼, 내 발이 땅처럼, 그러니까 줄기에서 난 가지처럼 걷는 날은 가볍습니다.


빈손일망정 흐뭇하고 그것이면 됐다 싶을 때 일체감이 듭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다는 말은 잘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말은 들으면서 보고 동시에 만져지는 것인가 봅니다.


그런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고 생각하면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는 분명해집니다.


내가 짊어진 배낭에 담아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말들입니다.


말을 주우러 세상을 걷는 일이 사는 일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말들을 얻으셨습니까.




영화의 수준이 내 수준에 따라 달라 보이더라는 말씀을 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언어의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말이 불을 밝혔습니다. 나는 왜 기쁜 생각마저 드는지, 연애 감각은 다른 어떤 말보다 생기 있게 초롱초롱 반들거렸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벌써 사흘이나 저 만엽집에 나오는 시구만 적어놓고 있습니다.


오늘이라도, 오늘 아침이라도 이 묵상을 마치면 우리가 봤던 우리의 일치를, 그 공감 덩어리를 기록할 수 있을까.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이 오십 넘은 이를 어쩔까 싶습니다.


말은 사라지는 데 그 화려함의 극치가 있는데 그것을 사모하다니, 그러니 끝을 품고 있는 로맨스가 제 인생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가는 것, 그러니까 그만 돌아서는 것. 여기에서 고스톱이 나오면 곤란한데 결국 그 말이 남습니다.


무엇을 아끼십니까.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 마르코 3:9




아낄 것 없는 사람을 아낍니다.


그를 공감하고 그와 일치를 원합니다.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산에 다니지만 어떤 이는 산을 위해 산을 다니더라는 사실이 저를 깨웁니다.


그것이 수준인 듯합니다.


삶도 그와 비슷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하고 애틋해하며 서로를 돕습니다. 토닥거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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